해인사 청동대불 건립 계획 다시 번뇌속으로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42분


해인사가 당초 약속과 달리 추진하고 있는 43m 높이의 초대형 청동 좌불 조감도
해인사가 당초 약속과 달리 추진하고 있는 43m 높이의 초대형 청동 좌불 조감도
경남 합천 해인사가 지난해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한 43m 높이의 초대형 청동대불 건립을 당초 규모로 또다시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좌불인 이 청동대불 설립계획은 좌대 10m를 포함해 높이 43m, 좌우 길이 40m로 세계 최대 규모.

해인사는 지난 연말 경남 합천 해인사 입구 해인초등학교 자리에 43m 높이의 청동 대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문화재 주변지역 현상변경 승인방안을 문화재위원회에 신청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 3분과는 “해인사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승인을 보류하고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30m 이하로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불교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해인사측이 불상 규모를 축소 건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해놓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원안대로 올린 것은 약속을 저버린 처사가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해인사 청동대불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6월 해인사가 건립 기공식을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최대 규모만 좋아하고 불상까지도 크기로 해결하려는 천박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은 불교계 내부로까지 이어졌다. 실상사 수경스님이 불교계신문에 비판 칼럼을 게재하자 이를 둘러싸고 해인사와 실상사 스님들간에 폭력사태로 비화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해인사측은 7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건립을 축소 조정하는 쪽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이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지난해 12월 해인사가 ‘슬그머니’ 원안대로 문화재위원회에 승인 신청을 하고 올 1월 문화재위원회가 승인을 보류하면서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인사측이 문화재위원회의 권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또한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청동대불 건립 강행에 대해서는 해인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인사의 한 관계자는 “도대체 누가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주지는 방장에게 미루고 방장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돌아가신 성철 스님이 이 일을 아셨다면 경을 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불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번에 문화재위원회에 원안대로 올린 것은 43m 높이로 건립할 경우, 과연 무엇이 잘못됐는지 문화재위원들로부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의견을 우선 들어보려고 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43m로 결정난 것은 아니며 현실적으로 문화재위원회의 축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43m가 절대 명제는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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