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이승재기자의 테마데이트]여성의 섹시함

  • 입력 2002년 1월 24일 15시 53분


이〓선생님은 아들에게 “여성의 섹시함에 속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십니다. 여성의 섹시함을 일종의 위장전술로 보시는지….

앙〓남성들이 여성의 지나치게 섹스 어필한 면만을 추구하다보면 영원한 사랑과 내적으로 아름다운 결혼생활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깊이있는 미덕, 교양미, 지성미,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찬 여성상이 소중하죠. 남자에게 유혹적으로 보이려는 것은 굉장히 깊이있는 매력이 아니에요. 섹스는 순간적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성간에 결혼해서 섹스가 있어야 아기가 탄생하는 것은 세계적인 상식이죠? 그러나 섹스에만 탐닉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정신적으로 실증을 느끼고, 가정을 이루고 아기를 키워가면서 더욱 더 서로간 갭(gap)을 느끼죠. 현명한 남성 중에는 단지 섹시해 보이는 여성을 결혼하고 싶은 상대로 보지 않는 경우도 있죠.

이〓프로이트(Freud)적 시각에서는 이성을 유혹하는 여성의 심리를 ‘남성에 대한 지배욕구’ 때문으로 보기도 합니다. 여성성을 무기로 삼아, 자신을 소외시킨 ‘아버지와 닮은 남성(의 세계)’을 정복하고자 하는 욕망이 ‘팜므 파탈’형 여성을 만든다고 보죠.

(팜므 파탈·femme fatale〓남성을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는 악녀형 이미지의 여성.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이 이에 해당된다.)

앙〓너무 늦게 깨달으면 이미 때는 늦지만요, 그러한 여성들이 결혼을 앞두고는 확 달라져요. 상대방의 부모님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정숙해 지려고 하죠. 어른들을 어렵게 아는 진지한 자세가 저는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외모부터 지나치게 자극적인 차림과 노출은 자제해야죠. 책을 읽는 게 소중하구요. 신문도 꼭 열심히 봐야 합니다. 신문 사회면을 보면 나쁜 일을 한 사람들의 말로(末路)는 반드시 굉장히 비극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잖아요? 우선 겁이 나서 그렇게 못 살 거에요. 통계적으로도 가슴이 크고 섹시한 여성들은 영화에서 야한 역할을 맡는 수가 많은데, 그 설정과 엔딩이 그녀에게 해피하지 않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죠. 주인공 남성들은 결국 교양있고 인격적으로 풍요로운 여성에게 돌아가게 되잖아요? 그렇죠?

(앙드레김은 매일 오전 4시반에 일어나 일간지 영자지 경제지 스포츠지 등 총 14개 신문을 읽는다.)

이〓아름답고 섹시한 외모에 대한 이끌림을 극복하고 깊이있는 미덕과 교양이라는 본질에 천착하는 것이 남성들에게는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도 여자친구 그레고리에게 “오직 신만이 당신의 노란 머리카락이 아닌 당신 자체를 사랑할 수 있을 거요”라고 고백했을 정도니까요.

앙〓클래식 음악은 평화와 안정, 온화함, 진지함의 순간을 느끼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뮤지컬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욕쟁이 꽃파는 소녀였던 오드리 헵번도 주위의 관심과 세밀한 언어교정, 교양학습과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지성적인 여성으로 거듭나잖아요? 비발디의 ‘사계’는 쉽고 열정적이면서도 팬태스틱해서 좋구요. 저는 절에 다니는데요. 독경(讀經) 소리도 매력적이지만, 성가도 굉장히 아름다우면서 정신적인 안정을 주죠. 살아오면서 괴로운 순간이 있을 때는 루치아노 파파로티가 부른 ‘피에타 시뇨레’를 들었어요. 제 스스로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억제하게 만들었죠. 베토벤 ‘심포니 넘버 나인’ 중 합창이 시작되는 부분은 진지하고 의미있는 새로운 삶을 살고픈 의지를 갖게 만드는 전율이에요, 전율.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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