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베스트 중견의사' 12명이 띄우는 어드바이스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6시 29분


“동아일보 독자 여러분 임오년(壬午年)에도 건강하세요.” 지난해 동아일보 건강면에 연재한 ‘메디컬 프런티어’에서 최고의 중견의사로 선정된 명의들이 새해를 맞아 독자 여러분의 건강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베스트 중견의사들은 메시지에 자신의 전공 별로 독자들이 꼭 지켜야 할 필수 건강 정보를 담았다. 가장 많은 베스트 중견의사를 배출한 세 병원 의사들의 메시지를 병원 별로 묶어서 소개한다.

▼일반외과(유방)/매달 자가검진 습관 갖도록

▽노동영 교수(46·서울대병원)〓첫째, 성인 여성들에게 매달 자신의 유방을 만지며 살펴보는 자가검진을 권하고 싶다. 여성이 신체의 상징과도 같은 유방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35세 이후의 여성은 1, 2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유방 검진을 받는 것이 좋겠다. 둘째, ‘선진국 병’인 유방암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채식을 늘리고, 결혼 출산 수유 등에 있어서 우리 전통의 생활 방식으로 돌아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일단 유방암에 걸려도 낙담하지 않기를 빈다. 유방암은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들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어느 질환보다도 좋은 치료법들이 잘 정립되어 행해지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유방암으로부터 완치되고 있다.

▼소화기내과(간)/남성 젖가슴 나오면 간질환 의심

▽한광협 교수(48·세브란스병원)〓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과신하지 말기를 바라며 △피로감, 소화 불량, 식욕 저하, 구역질이 있거나 △갑자기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했을 때 △소변 색깔이 진하게 변하거나 노란 거품이 날 때 △오른쪽 갈비뼈 밑이 거북하거나 무엇인가 단단하게 잡히는 느낌이 들 때 △마른 체형인데 갑자기 배가 불러올 때 △정강이 앞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자국이 오래 남아있는 경우 △앞가슴에 거미 모양의 붉은 반점이 생기고 누르면 없어질 경우 △손바닥 일부가 유난히 붉을 때 △남성의 젖가슴이 여성처럼 튀어나올 때 등엔 간질환을 의심하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소화기내과(췌장)/급체 반복되면 췌장암 검사를

▽김명환 교수(48·서울중앙병원)〓급체(急滯)가 반복되거나 명치 부위의 불쾌감이 계속되는데도 위 내시경 검사 때 정상으로 나오거나 위염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으면 한번쯤 췌장·담도의 질병을 의심하고 복부 초음파 검사나 컴퓨터 단층 촬영술(CT)을 받아야 한다. 담배는 폐암 뿐만 아니라 췌장암도 일으키므로 끊어야 한다. 술의 경우 폭음하거나 오랜 기간 꾸준히 마시면 췌장염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일단 만성췌장염으로 진행하면 췌장암 발생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적당한 운동과 적당한 식사(음식의 종류는 골고루)가 모든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심장내과/보양식보다 금연이 백배 낫다

▽박승정 교수(48·서울중앙병원)〓생리학적 측면에서만 고려하면 사람은 적어도 130세 까지 살 수 있지만 보통은 흡연, 고콜레스테롤 혈증, 고혈압, 당뇨, 비만, 운동부족 및 스트레스 등 때문에 70세 정도 밖에 못산다. 이들 원인 때문에 혈관이 늙고 수명이 단축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엉뚱한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몸에 좋다면 뱀이고 곰이고 온갖 짐승을 다 잡아 먹는다. 그러면서 중년 남성의 흡연율은 70%를 넘으며 술 소비량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 생활 습관을 갖는다면 불로초가 따로 필요없을 것이다.

▼신장내과/소변거품 생기면 콩팥 체크

▽안규리 교수(47·서울대병원)〓‘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영국의 문호(文豪) 버나드 쇼의 묘비병에 새겨진 비문이다. 많은 콩팥 환자의 심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콩팥에서 작은 이상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소변에서 거품이 나오거나 색깔이 변한 경우, 소변 검사 때 이상 소견이 나온 때, 다리나 팔이 붓는 경우엔 곧바로 전문의를 찾아 콩팥 건강을 체크하기 바란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콩팥 질환의 주요 원인이므로 평소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콩팥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실패했어도 낙담하지 않고 치료해서 ‘삶의 질’을 유지하기 바란다. 투석도 제대로만 받는다면 정상인의 80%까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새해에는 또 말기 콩팥질환자의 새 삶을 위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콩팥을 기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종양내과/흡연 과음 비만이 암 부른다

▽방영주 교수(48·서울대병원)〓올해는 암 환자가 줄어드는 해가 되기를 빈다. 암 발생을 줄이는 방안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선 담배를 끊어야 한다. 담배는 폐암 등 여러 암의 제1 원인일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의 가장 큰 요인이다. 흡연자 세 명 중 한 명은 ‘담배 병’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보고도 있다. 과음이나 비만도 중요한 발암요인이다. 암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식도 단순하다. 지방섭취를 줄이고, 탄 음식, 짠 음식은 피하고 충분한 섬유질을 섭취하도록 한다.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먹게 되면 이러한 목표를 쉽게 이룰 수 있다. 가만히 보면 ‘건강식〓미용식’ 임을 알 수 있다. 간염 백신을 맞는 것도 매우 중요한 암 예방책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검진받는 것은 암의 조기발견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다. 평소 의사를 가까이 하기를 바란다.

▼정신과/정신질환 감기같이 흔한것

▽권준수 교수(43·서울대병원)〓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많은 병에 걸린다. 정신병도 인간이 걸릴 수 있는 병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과에 가는 사람을 특별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신병은 우리가 흔하게 감기에 걸리듯 신체의 일부인 뇌에 병이 걸려 생기는 질병의 한 종류일 뿐이다. 진료실에서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편견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더욱 힘이 드는 환자를 너무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과학의 발달로 이제까지 난치에 가까웠던 정신 질환들이 하나둘씩 치료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정신과 환자는 결코 적잖은 숫자다. 이들을 배척하거나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않고, 용기를 북돋아 주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신경과/짜게 먹으면 뇌중풍 걸린다

▽김종성 교수(46·서울중앙병원)〓뇌중풍은 국내에서 단일 질환 중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 선진국과 달리 전체 뇌중풍 사망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뇌중풍 위험요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혈압은 적절히 치료되고 있지 않으며 특히 남성은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의 위험인자에 심하게 노출되어있다. 음식을 짜게 먹는 습관 역시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주위에 만연한 비과학적 사고방식과 무분별한 사이비 의술의 선전은 병의 예방과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극복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신경외과/사무직 30분마다 목운동을

▽윤도흠 교수(46·세브란스병원)〓평소 올바른 자세가 척추를 편하고 건강하게 한다. 앉아서 일할 때에는 딱딱한 등받이 의자에 허리를 붙여 허리가 곧거나 뒤로 약간 펴진 상태가 되게 한다. 회전의자나 바퀴가 달린 의자는 좋지 않다. 특히 요즘에는 사무직 근로자 중에 경추 질환자가 많은데 30분 마다 한 번씩 가벼운 목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전할 때에는 좌석을 앞으로 당겨 무릎이 궁둥이보다 약간 높게 되도록 한다. 잠은 딱딱한 곳에서 자며 무릎 밑에 베개나 이불을 받치면 좋다. 푹신한 침대나 소파에서 자는 것을 피하고 엎드려 자지 않는다.

▼산부인과/산고 피하려는 제왕절개 금물

▽윤보현 교수(47·서울대병원)〓올해 아기를 갖게 되는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이 아기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유념하기를 빈다. 임신부의 영양이 부족하면 아기가 나중에 커서 고혈압 뇌중풍 심장병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임신부가 당뇨이면 아기가 나중에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골고루 먹고 적절하게 운동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임 여성은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기 위해 풍진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임신부는 가능하면 자연분만을 받도록 하며 단순히 산고(産苦)를 피하기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받으려고 한다면 대안으로 무통분만을 권하고 싶다. 단, 첫 분만 때 제왕절개를 한 경우에는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서 출산법을 정하는 것이 좋다.

▼비뇨기과/성기능 강화엔 운동이 최고

▽백재승 교수(49·서울대병원)〓새해는 말의 해. 우리나라 남성들이 말처럼 강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성기능을 강화하려고 각종 혐오식품이나 가짜 비아그라를 사먹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효능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 비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운동을 시작해 보라. 매일 10∼20분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면 밤이 달라진다. 과음 과식을 피하고 달걀 우유 생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과 과일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도 중요하다. 담배는 남성 기능에 치명적이므로 당장 끊는 것이 좋다. 발기부전이나 조루증 등 문제가 있어도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들 질환자의 70% 정도는 약물로 효과를 볼 수 있고 발기부전의 경우 주사요법 수술 등 다른 해결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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