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외래식물 서울 녹지 점령 비상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7시 45분


서양등골나물
서양등골나물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고 인공열(熱)이 특정지역을 섬 모양으로 뒤덮는 열섬화 현상 등의 영향으로 서울에서 번식력이 강한 외래식물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외래식물 중에는 99년 환경부가 ‘위해식물’로 지정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 외에 독성이 있어 설사와 구토를 유발할 수 있는 서양등골나물 등도 포함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시립대 이경재(李景宰·도시과학대 조경학과) 교수팀은 올 1년 동안 성동구 용산구 중구 마포구 서대문구 종로구 은평구 등 서울의 서북부 7개 구 전역을 조사해 분석한 ‘외래식물 분포현황 보고서’를 27일 서울시에 제출했다.

조사 대상은 가중나무, 서양등골나물,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미국자리공 등 외래식물 5종이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78년 이태원동 일대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서양등골나물의 확산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번식력이 강해 ‘초원의 황소개구리’라고 불리는 서양등골나물은 안산공원, 궁동공원, 홍제동, 홍은동 등 서대문구 전역에서 폭넓게 발견돼 이 지역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면적의 13.2%를 차지했다. 용산구와 중구에서도 식물 생육가능 면적의 10%를 넘어섰다.

이 교수는 “남산의 경우 95년 조사 당시 서양등골나물이 15%가량이었으나 이번에는 20%가량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미국자리공

꽃가루 알레르기나 천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중나무는 7개 구 전역에서 1만158그루(어린 나무 1만1915그루는 제외한 숫자)나 발견됐다.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가중나무는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겨울에는 대부분 얼어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가중나무가 이처럼 번성하는 것은 서울의 온난화, 열섬화, 산성화 현상 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밖에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각각 성동구와 은평구 하천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또 ‘공해 식물’로 불리는 미국자리공도 마포구 성동구 은평구 등에 고루 분포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외래식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대기오염의 주원인인 차량 매연을 줄이고 도심 열섬화를 초래하는 각종 건설행위도 사전 조절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시내 생태계 복원을 위해 앞으로 환경부 등과 함께 외래식물 분포 현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 7개 구의 외래식물 5종 분포 면적
성동구용산구중구마포구서대문구종로구은평구 합계
가중나무 2,624 1,966 1,497 930 826 1,693 622 10,158
서양등골나물111,524424,795245,47636,224975,88121,78992,3931,908,082
돼지풀 80,160 8,383 54112,155 4,137 1,323 7,274 113,973
단풍잎돼지풀 265 20 1 - 1 7 9,045 9,339
미국자리공 1,534 202 545 4,091 521 23 1,174 8,090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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