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성탄절 좋다 말았네”

  • 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15분


성탄절 전날인 24일 오전 서울 경기 일부 지역에 눈발이 흩날리면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의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특히 눈이 올 경우 현금과 상품을 지급하겠다는 ‘기상 이벤트’를 기획했던 회사들과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들은 기상청에 적설량을 확인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적설량이 측량할 수준에도 못 미치는 ‘0㎜’로 나타나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LG텔레콤은 이날 서울지역에 눈이 10㎜ 이상 내릴 경우 고객 100명에게 100만원씩 총 1억원을 주기로 했다. LG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부화재에 1억원짜리 보험(보험료 1370만원)에 가입했지만 결국 보험료만 날리게 됐다.

한국통신도 이날 눈이 24㎜ 이상 올 경우 고객 1만명에게 5만원씩 모두 5억원을 주기로 하고 현대해상에 5억원짜리(보험료 4650만원) 보험에 들었지만 별다른 홍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밖에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25일 서울에 눈이 10㎜ 이상 올 경우 추첨을 통해 각종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서울 경기 지역에 눈이 올 확률은 0%에 가깝고 충청 이남 일부 지역에만 가끔 흐리고 눈이 오겠다는 예보이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눈 덕택에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현대해상은 한국통신 LG카드 나래항공여행사 등 3개사와 보험계약을 했으나 눈이 오지 않아 한통 4650만원, LG카드 1370만원, 나래여행사 1000만원 등 모두 7020만원의 보험료를 챙기게 됐다.

또 삼성화재는 24∼25일 사이에 눈이 올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삼성몰 유니원 씨마유통 삼성플라자 분당점 등 모두 5개사와 총 보상한도 1억9000만원의 보험을 계약했지만 역시 4000여만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릴 전망. 동부화재도 LG텔레콤에서 1370만원의 보험료를 받았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69년 이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에 눈이 내린 것은 모두 여섯 차례. 1983년에 가장 많은 88㎜의 눈이 내렸고 최근엔 1999년 50㎜가 내린 것이 최고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크리스마스 이브에 10㎜ 이상 눈이 온 해는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며 “이벤트 주최 회사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사는 재보험에 들기 때문에 눈이 내려서 낭패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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