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TV, '보신탕 문화' 악의적 희화화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4시 45분


프랑스 국영 방송인 프랑스 2 TV가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악의적으로 희화화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 프랑스 교민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프랑스 2 TV는 22일 오후 7시에 방영된 시사 코미디 토크쇼 '모두 시도해봤다'에서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대해 혐오감을 자극하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참석한 한인 교포 토론자의 반론은 고의적으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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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인기있는 토크쇼 진행자 로랑 뤼퀴에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파리의 에펠탑 아래에서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요리 를 시식하게 한 뒤 "개고기였다"고 말해 구토를 유도하는 장면, 한국 학생이 오후 간식시간에 먹기 위해 책가방에서 개를 꺼내는 코미디 등을 연출했다.

이 프로그램은 에펠탑 아래에서 한국요리 시식을 권하는 사람들에게 중국식 의상을 입히는 등 한국문화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토크쇼에 초청됐던 한국 요리 연구가 이사빈씨는 △한국인중에 보신탕을 먹는 사람은 소수이고 △애완견과 식용견은 구분돼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도 개고기를 먹고 있고 △프랑스인들이 말고기를 먹는 것도 한국인에게는 기이하게 여겨진다고 주장했으나 이같은 반론은 거의 삭제된 채 방영됐다.

이씨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한국 교민들과 한국을 잘 아는 프랑스 지인들에게서 분노에 찬 전화와 편지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인들이 한국인 대부분을 애완견을 먹는 야만인으로 오해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프랑스 2 TV에 정식으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방송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추후 대응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처음 문제삼은 뒤 BBC 방송과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 파이낸셜 타임스 및 뉴욕 지역방송 등 유럽과 미주 언론들이 잇따라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파리=박제균 특파원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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