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휴 밀가루였군" 서울 세종문화회관 백색가루 소동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28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탄저균 테러위협으로 공연을 취소한 세계 ‘첫 공연장’으로 기록될 뻔 했다. 이 사실은 8일 이곳에서 일본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 공연을 주최한 C공연기획사측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기획사측에 따르면 공연 당일인 오후 4시경 세종문화회관의 한 직원이 대강당 1층 여자화장실에서 정체 불명의 백색 가루 100g을 발견, 119에 신고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방재본부 화생방현장기동팀과 종로소방서가 긴급 출동해 현장을 폐쇄한 뒤 요드착색실험 등 간단한 성분 시험을 거친 결과, ‘밀가루’로 밝혀졌다.

1시간여만에 ‘상황 종료’가 선언됐지만, 가루가 늦게 발견됐거나 간단히 정체를 알 수 있는 ‘전분’이 아닌 다른 성분이었다면 오후 7시반으로 예정된 히사이시 조 공연은 취소될 뻔 했다. 세종문화회관측은 “그동안 테러위협에 대비해 온 덕분에 일찍 발견할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종문화회관은 세종로를 사이에 두고 미대사관과 마주하고 있어 대표적 ‘보안경계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은 이번 소동이 단순한 장난으로 보고 있으나 일본의 대표적 영화음악가의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반일 감정에서 비롯된 ‘계획 범죄’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히사이시 조와 협연한 김홍재 지휘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영화 ‘하나비’ 주제음악, 만화영화 ‘원령공주’ 삽입곡 등을 유려한 색채로 연주해 3000여명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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