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官 吏(관리)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52분


官 吏(관리)

官-벼슬 관 吏-아전 리 偏-치우칠 편 宦-벼슬 환 彰-드러낼 창 汚-더러울 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글자의 의미가 애매하여 쉽게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더러 있다. 文字 海洋 言語 命令 法律 道路 등. 官吏도 그렇다. 지금은 뭉뚱그려 ‘公務員’이라고 해석하지만 본디 官과 吏는 큰 차이가 있었다.

먼저 官을 보자. 집을 뜻하는 ‘집면’(지붕 면)이 있는 것에서 보듯 官은 본디 官廳(관청)이나 職責(직책)을 뜻했지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와 달리 吏는 史(歷史를 기술했던 史官)와 一(始終一貫·시종일관)이 덧붙여진 형태로 사람을 가리켰다. 곧 吏는 史官이 지녔던 嚴正中立(엄정중립)과 不偏不黨(불편부당)의 자세에 始終一貫 할 수 있는 의지력을 함께 지녀야 했다.

후에 와서 官은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즉 朝廷(조정)에서 시행했던 正式 科擧(과거)에 급제한 사람을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말로 하면 국가고시에 통과한 고급 公務員인 셈이다. 그런데 중국이나 우리나 朝廷에서 그들을 任用할 때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하면 출신지역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다 배치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경우에는 문제가 많았다. 알다시피 땅이 넓어 말도 다르고 풍속도 달라 지방에 내려간 官이 현지 주민을 제대로 다스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 같은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가 吏(아전)였다. 곧 그 지방 출신을 뽑아 官을 보좌토록 했던 것이다.

옛날에 官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은 자신보다는 祖上의 이름을 드날리고 가문을 빛내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순전히 명예를 위해서였다. 그러던 것이 후에 일부 바르지 못한 官이 있어 仕宦(사환)을 致富(치부)의 수단으로 삼게 되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淸白吏(청백리)제도를 두어 表彰(표창)했던 것도 실은 官이 바르지 못했음을 反證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三年 淸官에 十萬金’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아무리 淸白吏로 일해도 3년이면 10만금은 쉽게 손에 쥘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아예 마음먹고 고약한 짓을 한다면 엄청난 致富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吏에게는 고정적인 봉급이 주어졌던 것도 아니고 알아서(?) 적당히 처리하도록 했기 때문에 吏가 官의 부정을 바로잡기는커녕 앞장서서 나쁜 짓을 일삼았다.

이렇게 하여 官은 官대로, 吏는 吏대로 致富에 血眼(혈안)이 되었는데 그들을 통틀어 貪官汚吏(탐관오리)라고 불렀다. 淸白吏의 반대인 셈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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