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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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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세계화등 4차례 강연: 르 클레지오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사막 기행문 ‘하늘빛 사람들’(문학동네)을 함께 집필한 모로코출신 흑인인 아내 제미아가 동행했다.
르 클레지오는 22일까지 체류하면서 모두 네차례의 강연회를 갖는다(16일 오후4시 서울 세종로 교보생명빌딩 10층, 17일 오후3시30분 이화여대 인문관111호, 18일 3시 서울대박물관 강당, 19일오후4시 전남대). 강연회에서는 보카치오(14세기 이탈리아 작가, 대표작 ‘데카메론’)와 로트레아몽(19세기 프랑스 상징시인, 대표작 ‘말도로르의 노래’)이 갖는 ‘자유’의 의미, 문학과 세계화 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佛 작가
한 차례 있을 작품 낭독회(17일 오후5시30분 서울 중구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는 아직 프랑스에서도 출간되지 않은 그의 신작 ‘혁명’의 내용 일부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신화와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관련 서적을 탐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소설가 중에는 이청준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미 ‘흰옷’ ‘당신들의 천국’ 등을 읽었으며, 방한 기간 중 출판사 문학동네 주관으로 이청준씨와 대담도 갖는다.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1994년 프랑스 ‘리르’잡지가 실시한 설문조사)로 꼽히는 르 클레지오는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심심치않게 거명되는 세계적인 작가다. 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으며 영어와 불어를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다. 첫 소설 ‘조서(調書)’(1963)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단했다.
1966년부터 2년간 그는 군 복무로 머물렀던 방콕에 체류하면서 불교와 선(禪)의 세계를 접했고, 1967년∼1973년까지는 멕시코와 파나마에서 머물며 남미 인디언의 삶에 매료되기도 했다.
◇방콕-남미생활 큰 영향 받아
여행을 통한 이방인의 경험은 이후 그의 철학과 작품 세계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죽음, 침략, 폭력, 삶의 파괴를 가져오는 서구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남미 인디언의 세계를 통해 신화적 유년시절에 대한 동경을 보였다.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는 작가”로도 평가받는 그의 소설 중 ‘홍수’ ‘섬’ ‘사막’ ‘황금물고기’ 등을 비롯해 평전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등 작품 대부분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방한에 맞춰서 그의 처녀작 ‘조서’가 재번역되어 민음사에서 출간됐고, 단편 ‘성스러운 세도시’(1980)와 장편소설 ‘우연-앙골리 말라’(1999)가 문학동네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