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단에서]'커플'은 순수한 이성친구 지칭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48분


요즘 학교에 있노라면 “선생님, ○○가 ××랑 사귀기로 했대요”라고 말을 건네는 반 아이들을 접하게 된다. 아이들의 일기를 봐도 그렇고, 우리 반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도 ‘커플’이라는 단어를 더러 보게 된다.

성인의 시각으로 ‘커플’이라는 말에 긴장할 필요는 없다. ‘사랑(love)’보다는 ‘재미(fun)’나 ‘즐거움(enjoy)’을 매개로 한, 친한 이성친구를 지칭하는 또 다른 형태라고 여겨진다. 나와 잘 놀아주는 친구가 ‘내편’임을 다른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을 ‘커플’이라는 성인의 표현방식을 이용해 알리는 것이다.

‘링 데이’에 커플링을 교환하는 것도 밸런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에 초콜릿과 사탕을 서로 교환하는 것과 비슷한 요즘의 ‘유행’이다. ‘연모’ 같은 사춘기적 감정을 지닌 조숙한 어린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다른 이성친구들과도 아무 거리낌 없이 친하게 지낸다. ‘실연의 아픔’ 따위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것으로 보며 부모가 크게 의식할 일도 아닌 듯싶다.

패밀리레스토랑과 PC방에 국한된 커플들의 놀이문화가 아쉽긴 하다. 부모는 자녀가 어른들의 문화를 답습하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심리상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교환일기’ 같은 것을 작성하도록 도와주는 편이 낫다.

박그리나(서울 여의도초등학교 5학년 2반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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