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전직DJ-무용수-디자이너들이 꽃장식가로 변신

  • 입력 2001년 5월 21일 19시 01분


◇'프티뜨엠더블유달링'의 꽃 장식가들-"꽃이 좋아 뭉쳤습니다"

억대연봉 전직DJ-무용수-디자이너들 '순수의 길' 로 …

"낮에 피는 ‘꽃과 버들의 세계’에 몸 바치렵니다.”

전직가라오케DJ 외국인무용수 패션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 많게는 억대의 연소득까지 뿌리치며 ‘순수’를 찾아나섰다. 꽃장식에 나서 ‘플로리스트(Florist)’로 거듭나려는 이들의 무대는 서울 압구정동의 ‘프티뜨엠더블유달링’ 꽃집.

“‘밤에 피는 장미’는 예쁘지만, 언젠가부터 남들처럼 낮에는 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졌습니다. 낮의 화류(花柳)라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 O가라오케에서 일했던 지성만씨(29). 방송사 무용단에서 일하다 3년 정도 ‘업소 생활’을 했던 지씨는 노래방 책에 있는 대부분의 노래와 그에 따른 안무를 가수와 똑같이 따라하기로 유명했던 ‘잘나가는’ DJ였다.

월소득이 1000만원에 육박했었을 때도 있었지만 “당분간 한달에 50만원씩 줄테니 같이 일하자”는 이미원 사장(36)의 제안을 승낙했다. 이씨는 DJ들의 열정과 감성이 창조적인 예술혼으로 승화되길 기대했고 지씨 역시 ‘꽃’이라는 새로운 삶의 희망에 솔깃했다. H가라오케 DJ출신인 신동욱씨(27)도 같은 경로로 영입됐다.

이들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크리스티앙 토투 플라워숍’ 본사에서 ‘교환사원’으로 6개월간 연수도 마쳤다. 2001칸영화제는 물론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카르티에 등 유명명품매장에서 전담 꽃장식가로 활동했던 토투씨는 ‘전에 꽃을 다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란 이유로 국내 대기업의 제휴 제안을 뿌리치고 흔쾌히 이들을 받아들였다. 잠재력이 더 크게 표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용범씨(39)는 삼성물산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일하며 ‘억대 연봉’에 육박하는 소득을 올리기도 했지만 “치열한 삶 속에서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찾기위해” 미련없이 전직을 결심했다. 벽안의 프랑스 여성 카트린느(25)는 학창시절 무용을 전공했지만 뜻하지 않은 발목부상으로 꽃장식가로 진로를 바꿨다. 토투씨의 가게에서 일하던 중 한국시장 개척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아직도 ‘실습기’라 샌드위치를 부업으로 팔며 본격적인 비상을 꿈꾸지만 이들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은 ‘꽃 시장’의 판도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기념일’에 꽃배달을 나가면 각각의 ‘주특기’를 살려 꽃을 받는 주인공 앞에서 노래와 댄스, 무용을 선사해 주위사람들까지 즐겁게 만든다. 경조사에 쓰이는 천편일률적인 화환도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꽃과 장식으로 꾸며준다. 자연주의자인 토투씨의 영향을 받아 딸기 감자 당근 등 신선한 야채도 꽃장식의 소품들로 이용한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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