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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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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바쁜 시간에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동아일보에 대한 인상은 어떻습니까. 요즘은 언론 매체의 다양화로 독자들께서 매체를 고를 때 많이 고민하실 것 같은데요.

▽진영욱〓동아일보는 정치 신문이라는 인상입니다. 기사가 딱딱한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권위주의시대 반독재 투쟁의 선봉에 섰던 신문입니다. 그러나 권위주의가 물러난 이 시대에 동아일보의 정체성이 뭐냐는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논조도 상대적으로 진보에 가까운 보수를 지향하면서 동아일보의 정체성을 구체화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앞으로 정치보다는 경제와 문화에 좀더 비중을 뒀으면 합니다.

▽김현숙〓독자들에게 덜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일례로 시리즈나 고정물의 게재일이나 지면이 일정하지 않아 짜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독자들은 관심있는 시리즈를 꼭 기다렸다가 본다는 점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박종선〓1980년대 동아일보는 독자들에게 판관이나 잣대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독자들이 스스로 잣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제 자신이 알고 싶은 정보를 원합니다. 동아일보는 섹션으로 이에 부응하고 있습니다만 미흡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미영〓80년대 동아일보는 보수 기조를 유지하되 진보적 성향도 보여 고정 독자층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동아일보의 논조에서 뚜렷한 색깔을 찾기 어렵습니다. 논조 면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확실해야 하지만 ‘정보’라는 측면에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기대합니다. 예를 들어 사설의 경우엔, 색깔이 뚜렷한 것을 원합니다. 그러나 다른 지면에서는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하고 폭넓은 정보가 공존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학준〓동아일보는 새 세기를 맞이해 ‘새로운 신문, 젊은 신문, 늘 푸른 신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박종선〓동아일보는 그동안 젊은 층을 수용하는데 있어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층의 목소리와 젊은 층이 원하는 기사들을 지면에 많이 반영해야 합니다. 또한 젊은층이 귀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다운 사람’을 소개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학준〓동아일보의 지향점은 한국의 대표적인 정론지입니다. 폭풍우치는 망망대해에서 동아일보는 등대와 나침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젊은 신문’은 젊은 층에게 영합하는 게 아니라, 젊은이다운 기개와 정신으로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신문이라고 정의하고자 합니다. 생기가 넘쳐 흐르는 펄펄 뛰는 생선 같은 지면을 만들겠습니다.
▽진영욱〓기사뿐만 아니라 편집 등 신문 전체의 디자인이 좀더 젊어져야 합니다. 동아일보는 특히 지질이나 인쇄 상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상품으로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미영〓젊은 세대로서 문화면을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문화면은 최근 소재가 다양해진 것을 느낍니다. 요즘 독자들은 신문의 ‘재미적인 요소’를 찾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기사를 많이 실었으면 합니다. 해외 문화에 대한 기사도 좀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김현숙〓저같은 전업 주부들은 아이가 하나 있어도 인터넷이나 시사주간지를 볼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방송 뉴스나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저는 정치면을 잘 보지 않습니다. 전날 방송에 나오는 기사가 다음날 조간에 그대로 나오거든요. 젊은 신문을 지향하려면 뉴스의 차별화와 다양하고 폭넓은 정보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김학준〓북한 문제나 국제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영욱〓다른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국내 언론과 외신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국내 언론과 뉴욕타임스의 논조가 달라 의문을 가졌습니다. 더구나 뉴욕타임스의 의견에 기울어지는 국내 독자들도 많기 때문에 국내 언론들이 보다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미영〓북한 관련 기사도 6월 남북 정상회담이후 크게 달라졌으나 외신과 달라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김학준〓동아일보는 독자들이 불편해하고 걱정하는 문제점들을 심층 분석해 대안을 찾아보는 기획취재에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교육 문제입니다.
▽진영욱〓교육은 물론 의료 문제와 관련된 탐사 보도 역시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정부이후 사회복지부문이 가장 크게 달라졌는데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정부가 공들인 점은 인정하지만 결과를 본다면 자원과 시간을 낭비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는 기획발굴 취재가 필요합니다.
▽김학준〓그런 점에서 동아일보의 편집과 논설의 초점은 건강 교육 환경 복지 등 네 부문을 망라하는 ‘휴(HEEW·영어로 Health, Education, Environment, Welfare의 네 단어에서 첫 글자를 따온 것)’로 맞추려 합니다. 특히 기획취재는 단순히 문제의 제기를 넘어서 대안 제시에 역점을 둘 것입니다.
▽하미영〓교육기사는 너무 어두운 면만 다루고 있습니다. 열악한 교육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사와 자아실현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정작 신문은 부정적인 현실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오히려 노력하는 교사나 학생에 기사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안 제시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학준〓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여기는 신문이 현실에 침묵할 수 없기 때문에, 비록 어두운 성격이 크다고 해도 보도하다 보니 그런 인상을 준 것 같습니다만, 독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종선〓대학 재정 자립과 관련해 기부금 입학제같은 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여러 대안을 공론화할 수 있는 기사나 사설이 필요합니다.
▽김현숙〓‘표류하는 영유아교육’ 시리즈는 많은 젊은 주부들이 공감하는 연재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안으로 참고할 만한 정보가 부족해 아쉬웠습니다. 가령 그 시리즈 속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함께 게재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박종선〓체육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생활과 관련된 스포츠 기사가 더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마라톤 동호인이 많은데 기사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특히 동아일보가 마라톤 대중화에 기여한 바가 큰데 이를 충분히 살렸으면 합니다.
▽진영욱〓축구팬이어서 체육면을 열심히 읽습니다. 축구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국민의 혼을 집약할수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전문적 기사를 많이 게재하기 바랍니다.
▽김학준〓여러분의 제의를 명심하겠습니다. 화제를 돌리면, 동아일보는 앞으로 국민의 인권 보호와 권리 신장에 더욱 힘쓰고자 합니다. 최근 단독 발굴한 한 무기수의 항변 기사는 그 좋은 사례입니다. 어느 국민이나 억울한 사정에 처했을 때 반드시 동아일보부터 찾아오게 하는 불문율적 관행이 설 정도로 이 분야에 힘쓰겠습니다.
▽하미영〓무기수의 항변 기사는 자세히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과거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공권력의 인권 침해 사례도 함께 다뤄 주셨으면 합니다.
▽김학준〓동아일보의 사시는 민족주의 민주주의 문화주의입니다. 민족주의는 남북 화해, 민족의 화해, 민족의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 지표이며,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뿌리내리게 하는 지표입니다. 문화주의는 민족 고유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되, 다양한 세계 문화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여 이문화(異文化)와 공존공영을 추구하자는 뜻입니다. 앞으로도 동아일보는 여기에 근거해 신문 제작을 해나가겠습니다.많은 격려와 충고를 주시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