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중앙공원-동호인 천국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56분


◇"천당다음 분당" 자부심

조성 10년째인 분당 중앙공원은 늘 깨어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는 이들에게 센트럴 파크가 정신적 육체적 안식처이듯 중앙공원은 ‘분당의 센트럴 파크’다. 체육, 사진, 미술, 음악 등 분야별로 다양한 동호인회는 중앙공원을 더욱 활력있게 만든다. 분당권 사람들은 중앙공원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내일의 희망을 찾아낸다.

▽동호회 하나

“탄천을 달리는 검은 얼굴 푸른 마음의 사람들을 뜻합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 7시 중앙공원 수내정 다리밑에 모이는 사람들. 분당의 ‘건각’을 자처하는 분당 탄천검푸 마라톤 클럽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유래한 검프들을 본떠 이름을 만들었다. 99년 6월 6명으로 시작한 회원은 수지, 강남까지 가세하면서 55명으로 늘었다.

일명 ‘검푸코스’는 중앙공원∼분당천∼탄천∼만나교회∼구미교∼중앙공원 입구로 이어지는 21km. 달리기가 끝난 뒤에는 수내정에 다시 모여 음료수와 과일, 떡을 나누며 갖는 담소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모두 중앙공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지난해 5월 처음 개최한 하프마라톤대회에 이어 올해도 5월 6일 제2회 분당마라톤을 개최한다. 달리기를 사랑하고 풀코스를 뛰고자하는 열정이 있으면 언제라도 문은 활짝 열려있다.(www.gumpu.com)

▽동호회 둘

중앙공원을 무대로 활동하는 또 하나의 대표적 동호회 ‘리버티클럽.’

96년 결성해 10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인라인 하키팀이다. 중앙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만난 사람들이 주축이지만 서울과 수원 등 인근지역 사람들도 회원으로 활동중.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중앙공원 광장에 모여 연습을 하고 친목을 다진다. 요즘은 4월 열리는 전국대회를 대비해 맹연습중. 회원 김성우씨(23)는 “스피드와 격렬함이 공존하는 운동”이라며“스트레스를 푸는데는 최고”라고 소개했다.(www.freechal.com/libertyhockey)

배드민턴장과 게이트볼장, 야외공연장, 동물원, 전통가옥, 한산이씨묘, 호수가 어우러진 중앙공원.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계절과 상관없이, 원근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늘 만원이다. 박병한 공원관리과장은 “겨울철에는 5000여명,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3만여명이 찾아오고 있으며 중앙공원을 통해 정기모임을 갖는 동호회 수는 파악도 못할 정도”라며 “일부 주민들이 체육시설확충 등 인공시설물 설치를 원하고 있지만 자연그대로를 유지하기위해 노력하고있다”고 말했다. 이달들어 오전 6시에 기공체조가 약수터 앞에서, 에어로빅은 공원관리소 앞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배드민턴과 각종 동호회 활동도 본격 시작됐다. 분당환경시민의 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반 공원관리소 앞에서 중앙공원의 꽃과 나무이름, 숲의 생태 등을 알려주는 자연환경교실을 갖고 있다.

◇애완견 키우는 주부들 매일 한자리에-낮 12시! 강아지와의 데이트…

일 낮 12시 경기 성남시 분당 중앙공원 관리사무소 앞 공터 커피자판기 옆 벤치. 공원 여기저기서 주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벤치에 앉는다.

“치즈 섞어 먹이면 잘 먹어요.” “그런데 우리 애기는 살찔까봐서 많이 주면 안되겠는데요.” “그래, 좀 비만이긴 하네요.”

자식키우는 얘기일까? 대화는 계속된다.

“이렇게 홀랑 깎아놨으니 좀 춥겠다.” “털이 날려서 밀어줬는데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네요.” “저기 마루가 오네요. 센은 마루만 보면 저렇게 좋아한다니까요.”

두살배기 미니핀 센이 저만큼 달려간다. 마주오던 슈나우저 마루가 반갑다는 듯 꼬리를 흔들지만 그뿐이다. “수놈이거든요.”

대화 속 주인공은 강아지. 대화를 나눈 주인공들은 일명 중앙공원 ‘강아지 엄마들’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중앙공원을 찾아오는 이들로, 이날은 5명이 모였다.

늘은 적게 나온 셈이에요. 보통 10여명이 매일 나오고 주말이면 셀 수도 없지요.”

가깝게는 육교하나 건너면 되는 시범단지나 파크타운에서부터 멀리는 차로 20분거리인 구미동에서까지 찾아온다.

마루 엄마 황수남씨(45·서현동 시범단지)는 “마루를 키우기 시작한지 2년이 돼간다”며 “매일 두세시간씩 공원 산책하는 게 하루중 가장 행복한 때”라고 말한다.

이들이 자식들(?)에게 기울이는 정성은 정말 대단하다. 엄마 최광진씨(54·수내동 파크타운)의 휴대전화 번호와 현상금 500만원이 적힌 목걸이를 매단 요크셔테리어 샌은 머리에 오렌지색 ‘블리치’까지 하는 등 잔뜩 멋을 냈다.

최씨는 “몸이 좋지 않아 하루 쉬려고 하면 샌이 더 보챈다”며 “중앙공원을 떠나기 싫어 이사도 못간다”고 말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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