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단재 신채호, 1921년 이전에 '사상전향'

  • 입력 2000년 12월 4일 19시 02분


아나키스트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1880∼1936). 그의 아나키즘 사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1921년 이전부터 단재가 아나키즘의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려대 최광식 교수(한국사)는 단재가 1921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발행했던 월간지 ‘천고(天鼓)’ 2호의 내용을 정밀 검토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를 보여주는 글은 ‘대어고노파특김지사지감상(對於古魯巴特金之死之感想)’. 고노파특김은 러시아의 아나키스트였던 크로포트킨(1842∼1921)의 한자식 표기. 이 글은 크로포트킨의 죽음에 대한 추도문이다. 글쓴이는 남명(南溟)으로 되어 있다. 최 교수는 “단재가 편집자인 이 잡지에 크로포트킨의 죽음을 추도하는 글이 실렸다는 사실 자체가 단재가 아나키즘을 접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나키스트로서의 단재를 규명하는 것은 단재 연구에서 중요한 대목.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로의 변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단재 사상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는 그동안 단재가 1923, 25년에 각각 발표한 ‘조선혁명선언’과 ‘낭객의 신년만필’에서 그의 아나키즘 사상이 시작되었다고 보아왔다.

‘천고’는 1921년 전후 단재의 사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7호까지 발간됐으나 1, 2, 3호만 현재 베이징대 도서관에 소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최 교수가 베이징대에서 이를 열람한 뒤 최근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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