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곳에 사는가]파주시 맥금동 거주 이존수 화백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9시 22분


서울에서 탁 트인 자유로를 타고 통일동산으로 접어들어 금촌방면으로 1㎞쯤 가다보면 멀리 야트막한 야산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금방 잡힐 것 같지만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로 좁고 꼬불꼬불한 시골 농로를 따라 한참을 가야 산그늘에 자리잡은 2층 빨간 벽돌집에 이른다. 그물망 같은 농로 한 편에 집 입구를 표시한 그림이 없었더라면….

경기 파주시 맥금동 이존수화백(56)의 살림집 겸 전시실 작업실. 외형은 양옥이지만 절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조용한 게 영락없는 전원주택이다.

98년 가을부터 짓기 시작해 딱 1년만에 완공했다. 기본설계를 받아 자신이 직접 하나 하나 뜯어고친 곳이라 애착이 남다르다.

“평생을 지낼 보금자리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영구적인 기념관으로 쓸 곳이라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때문에 전원주택으로는 ‘과분하게’ 지진에도 끄떡없는 내진(耐震)설계까지 갖췄다.

1층은 전시실과 살림집. 2층 50평은 작업실로 쓰고 있다. 작업실엔 12개의 창문이 나있다. 적어도 해가 떠있는 동안은 자연채광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규교육은 초등학교가 전부. 전국 각지의 미술학원을 전전하며 그림을 배웠다. 81년 첫 개인전을 열어 화단에 이름을 알린 뒤 미국, 독일, 일본, 헝가리 등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옆 명성빌딩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잘나가던’ 그가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 이곳을 찾는 이유는 뭘까.

“96년 10월 이 동네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단번에 주변 경치에 매료됐습니다. 곧바로 돼지축사를 개조해 작업실로 사용하며 자리를 잡았지요. 그 때는 새벽마다 북한에서 틀어대는 대남방송에 잠을 깨야 했고앞마당에선 낙엽보다 많이 쌓인 불온삐라 줍기에 바빴던 시절이었습니다.”

암반층을 뚫고 퍼 올린 지하수의 단맛도 그만이다. 서울 나들이도 10분만 나가면 자유로를 탈 수 있어 전혀 불편하지 않다.시집간 딸은 독일 유학 중. 평택의 모 전문대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과 부인이 작품활동을 돕고 있다.

이화백은 4일부터 13일까지 파주시 시민회관(031―944―8232) 전시실에서 초대전을 갖고 13일부터 1주일간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림아트갤러리(02―733―3788)에서 릴레이 작품전을 갖는다. 파주전은 50점, 서울전은 40점이 출품된다.

“집을 짓는 동안 작품활동을 못했어요. 손끝이 근질거릴 정도였지요. 환경이 바뀌고 나서 첫 번째 여는 작품전인 만큼 기대가 됩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가 내세운 주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 그동안 그래왔듯 이번 소재도 소녀 목마 꽃 등이다.

<파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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