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신도시 고교평준화]해당지역 학부모-학원가 엇갈린 표정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9시 05분


<<29일 오후 4시경 경기 분당신도시(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 학원가. 여느 때처럼 입시학원의 중대형버스가 간간이 오가는 사이로 교복과 사복차림의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후 5시경 ‘서현반’ ‘분당반’ 등 명문고등학교 이름을 딴 중등부 종합반에 ‘등교’한 중학생들은 다음날 새벽 1∼2시경까지 학원에서 책과 씨름한다. 비평준화 지역으로 고등학교 입시가 ‘살아있는’ 분당의 교육열을 엿보게 하는 장면이다. 이는 일산과 중동 등 고교 비평준화 지역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날 낮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용역 결과 발표와 함께 수도권 신도시 고교 평준화 실시방침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을 포함, 학교와 학원가 주변에서 엇갈린 반응과 함께 술렁대기 시작했다.>>

◆ 성남 분당

- 분당 신-구시가지 "분리-통합" 지역갈등 조짐

평준화 방침이 가시화하자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양론으로 엇갈렸다.

성남구시가지와 분당의 상당수 학부모들은 평준화에 찬성하는 입장.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성남지부 김현숙(金賢淑)교육부장은 “고교 입시에 부담을 느껴 자살한 학생이 있었을 정도로 비평준화의 폐해가 심각했기 때문에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대의견도 거세다. ‘명문고’로 손꼽히는 서현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김영혜위원장은 “서울에서 평준화를 하고 있지만 과외가 없어졌느냐”고 반문하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중요한 만큼 우수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군통합안과 함께 구시가지와 분당신시가지로 나누는 2개 학군 분리안이 제시돼 있어 향후 논의과정에서 ‘분당만의 학군’을 고집하는 학부모들과 통합학군을 원하는 구시가지 학부모들간의 ‘지역 갈등’ 조짐도 엿보인다.

지역에서 중등부 입시반을 운영하던 학원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 M학원 이종선원장은 “중등부는 이제 입시가 없어지게 되니까 선행학습반으로 바꾸고 대학입시에 대비한 고등부를 활성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고양시

- "명문고 진학기회 상실" 덕양구 학구분리 반대

일산신도시가 속해 있는 경기 고양시 학부모들은 대체적으로 평준화 방침을 반겼다. 다만 구체적인 학군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일산구와 덕양구의 화정 행신동 아파트단지 학부모들은 일산구와 덕양구를 함께 묶는 단일 학군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원당 능곡 벽제 등 구 시가지 지역과 같은 학군이 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

또 덕양구와 일산구 두 개 학군으로 나뉘는 경우에 대해서도 지역별 견해차가 뚜렷하다.

백석 백신 주엽 등 세칭 명문고가 일산구에 몰려 있어 덕양구 주민들은 이들 고교에 갈 기회를 ‘원천 봉쇄’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

반면 평준화가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일산구 백석고 학생을 둔 학부모 H씨는 “평준화가 되면 지역별 분쟁이나 위장전입 등 부작용이 극심할 것”이라며 “오히려 수준별 교육이 가능한 비평준화가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입시과열 ‘특수(特需)’를 누렸던 고양시내 학원들도 평준화조치가 학원생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산구내 H학원 김영화원장은 “평준화가 도입된다면 학생수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지 않겠느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 안양권 부천시

- 군포 단일학군 요구에 안양-과천 큰 반발

▽안양 과천〓기존 명문고가 모여 있는 안양과 과천의 일부 학부모들은 평준화 도입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평준화를 찬성하는 학부모들도 학군조정문제에 있어서는 지역별로 뚜렷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평준화를 찬성하는 과천과 안양 학부모들도 군포까지 포함된 단일학군제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군포지역 학부모들은 기존 우수 고교가 몰려있는 안양 과천과 같은 학군에 포함되길 바라고 있다.

안양시 박달동에 살고 있는 김선희씨(43·여)는 “군포까지 단일학군이 되면 가까운 곳의 명문고를 다닐 기회를 잃게 될 우려가 있다”며 3개 시 단일학군안에 반대했다.

▽부천〓단일학군제가 제시된 부천지역은 기존 명문고인 부천고, 부천여고의 학부모회와 동창회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지나친 입시과열을 해소할 방안이 제시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김경달·이동영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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