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주민 산책로 막은 호화 화장실 조성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9시 09분


경기 고양시가 일산신도시 호수 바로 옆에 호화 화장실을 신축하고 있어 호수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환경오염의 우려도 높아 시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고양시는 10월부터 9억2000만원을 들여 지하 78평, 지상 33평 규모의 ‘고양시 화장실 전시관’ 공사를 내년 4월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이며 현재 2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지하는 화장실 변천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꾸며지며 지상 화장실은 남성용(소변기 3개, 변기 2칸), 여성용(6칸), 그리고 시정 홍보관도 12평에 들어선다.

시민들이 지적하는 것은 위치 선정. 매일 호수공원에서 조깅을 즐기는 김현진씨(36)는 “뒤쪽의 넓은 공터를 놔둔 채 주민들의 산책로를 가로막고 전망 좋은 호수변 잔디밭을 없애가면서까지 화장실을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양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위치 선정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공사 현장은 호수와 맞닿은 잔디밭으로 시민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나 현재는 공사 때문에 산책로가 끊겨 있다.

고양 녹색소비자연대 김미영 사무국장(34)은 “장기적으로 호수공원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예산에 따라 건물을 짓게 되면 결국 호수공원의 황폐화만 앞당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수공원 내에는 이동식(재래식) 화장실 10개와 건물식 화장실 10개 동이 설치돼 있으나 신도시 건너편 쪽에는 건물식이 한 곳도 없어 이 곳을 선정했다는 것이 고양시의 설명. 고양시 관계자는 “이용객들에게 한 단계 수준 높은 화장실을 선보이고 이용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라며 “완벽한 오폐수 처리로 환경오염의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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