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정보에서 생명으로" 제4의 물결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4분


□'바이오테크혁명'/ 리처드 올리버 지음/ 류현권 옮김/ 408쪽/ 1만3000원/ 청림출판

복제양 돌리가 세상에 나온 뒤 사람들은 생명공학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또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은 생명공학의 미래에 보다 광범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 올해초 출간된 ‘바이오테크 혁명’(원제·The Coming Biotech Age)은 현실로 다가온 ‘바이오 경제’의 미래를 쉽게 풀어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저자인 리처드 올리버는 경영대학원 교수답게 철저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생명공학을 바라본다. 그는 인류가 농경시대 산업시대 정보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생명공학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풀이한다. “50여년 간 진보해온 정보통신 기술은 성숙기에 이르러 최첨단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는 반면 생명공학은 새로운 경제엔진을 창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최근 닷컴 기업들의 몰락과 함께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식과 동일하다. 실제로 지난 3일자 ‘아시아위크’ 인터넷판에 따르면 세계적 금융기관인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제이슨 콜버트 부사장은 “생명공학은 닷컴 기업과 달리 수십억 달러 가치의 프로젝트들을 가진 실제적인 사업”이라고 분석했다.

저자는 기존의 정보통신 혁명을 뛰어넘는 생명공학 혁명의 파장을 설명하기 위해 ‘바이오소재’(Bioterial)라는 신조어를 도입했다. 생명공학은 생명활동과 물질(Material)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단지 사람이 일하는 방법을 바꾼 정보통신 혁명보다 훨씬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21세기에 모든 기업은 바이오 제품이나 공정에 어떤 형태로든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앞으로 생명공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날의 컴맹처럼 경쟁에서 앞설 수 없다는 얘기다.

분야별로 보면 저자는 바이오 의약과 함께 세계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바이오농업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상당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바이오농업에 매우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향은 최근 수확량을 26%까지 늘린 ‘슈퍼벼’의 개발에 성공한 국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가 ‘바이오 소재’라는 신조어를 동원하면서 나노기술 등 여타 첨단기술을 생명공학과 묶으려고 시도하는 대목은 독자에게 다소 혼돈을 줄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바이오경제에 수반될 거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식하기에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계에서는 이미 글로벌 ‘바이오캐피털리스트’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베팅’하고 있으니 말이다.

혹시 생명공학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인류 역사상 어떤 막강한 집단에 의해서도 기술의 발전이 무릎을 꿇은 적은 없었다”고 지적한다. 생명공학 기술은 인구폭발과 식량 및 물 부족, 에너지 위기가 닥쳐오는 시대에 인류문명의 지속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이 희 설(㈜싸이제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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