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가족의 견공사랑]"왈왈! 제 이름은 장미예요"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9시 22분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장미(長眉), 생후 18개월된 암컷 요크셔테리어 ‘견공(犬公)’입니다. 유달리 눈썹이 길어 주인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죠.

현재 사는 곳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 문화아파트. 퍽 수줍음 많은 제가 얼굴을 공개한 것도 주인님 가족의 남다른 ‘견공 사랑’을 자랑하기 위해서랍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수많은 애견을 대표해 몇가지 당부말씀도 드리려고요.

먼저 주인님을 소개할게요. 별명이 ‘꽁지아빠’인 전경식님(43). 중견 건설업체 전산과장으로 근무 중인 제 ‘우상’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 절 맡아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신’ 분이시죠. 어릴 적부터 과자보다 개를 더 좋아했던 주인님은 8년째 우리 ‘종족’만 길러오신 ‘요크셔테리어 마니아’세요. 3년간 키우다 남의 집으로 떠나보낸 ‘꽁지’를 딴 별명에 질투 나지만 생후 두 달만에 부모님과 ‘생이별’한 저를 주인님은 친자식처럼 보살피셨죠. 제가 곤히 잘 땐 TV소리를 낮추고 담배도 밖에서만 피우세요.

장이 약해 설사라도 할 때면 떠먹는 요구르트와 유아용 장소화제를 주사기로 입에 넣어 주셨고요. 또 각종 전염병 예방접종을 위해 수시로 품에 안고 인근 동물병원을 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어요.

참, 주인님은 1년째 인터넷에서 ‘요키세상’(http://my.netian.com/∼yorki)이란 애견동호회를 운영 중이세요. 요크셔테리어만 기르는 60여명의 회원들이 각종 정보를 나누는 자리죠. 요즘 애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동호회가 무척 많이 생겼더라고요. 참고하세요.

‘꽁지엄마’ 신미옥님(38)은 저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안방마님이세요. 대개 주부들이 털이 날리거나 냄새가 난다며 개를 기피하지만 안방마님은 저의 가장 든든한 후견인이죠. 사실 제가 임신 한달째여서 몸이 무척 무겁거든요. 여자사정은 여자가 잘 안다고 잦은 입덧으로 고생하는 절 위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구마, 사과를 수시로 ‘특식’으로 주신답니다. 또 가계부담을 무릅쓰고 간혹 영양식으로 닭고기, 양고기 통조림도 사주시고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진공청소기를 사용하실 때를 빼곤 대만족이에요.

중학생인 우성이(13)와 초등학생인 우림이(9·여)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오빠, 언니랍니다. 두 사람은 제가 미모유지를 위해 미용실을 출입할 때나 거실바닥에서 실수했을 때 뒤처리하는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아 미안할 따름이에요.

이처럼 전 주인님 가족의 일원으로 생활 중인데 요즘 일부 애견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죠. 애들 장난감으로 구입한 뒤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 일찍 세상을 뜨는 ‘동료’가 많다더군요. 애견을 키우는 주인님들, 제발 끝까지 책임을 져 주세요.

그리고 저희를 데리고 음식점이나 영화관 등 공공장소 출입을 자제해주세요. 일부 주인들의 지나친 사랑으로 전체 애견들이 욕먹는 경우가 있거든요. 에구, 주인님이 부르시네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왈왈!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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