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0월 20일 18시 3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노마, 똘똘이, 영이는 고양이처럼 등을 꼬부리고 고양이 목소리를 하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데로 살살 걸어다닌다. 그러다 보니 진짜 고양이처럼 되어 간다. 굴뚝 뒤에 웅크리고 앉아 쥐를 기다리고, 닭 쫓던 고양이 심정으로 지붕으로 도망간 닭을 쳐다보기도 하며, 어머니가 찌개거리로 둔 북어도 몰래 훔쳐 입으로 북북 뜯어 먹는다. 야단하며 쫓아오는 어머니를 피해 달아난 아이들은 아옹아옹 승리의 환호성을 지른다.
허름한 바지에 검정 고무신을 신은 노마의 눈과 몸짓은 고양이 그대로이다. 고양이의 습성을 알지 못한다면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할 것이다. 앵두나무 밑을 살살 기어가던 도둑 고양이 흉내를 내다가 진짜 고양이처럼 되어 버린 세 아이들의 표정이 통쾌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노마만이 아닐게다. 아이들은 무언가 흉내내기를 무척 좋아한다. 개구리 토끼 같은 동물 흉내는 기본이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흉내도 곧잘 낸다. 전래동화의 주인공인 ‘반쪽이’라며 한쪽 눈을 가리고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으면, 뒤이어 내가 진짜 반쪽이라며 신발 한짝을 벗어버리는 아이도 생긴다. 또래끼리 흉내내기는 전염성이 강해 금세 따라한다. 노마의 고양이 흉내에 똘똘이와 영이가 뒤따랐던 것처럼 말이다.
함께 책을 보고서 아이들이 고양이 흉내를 냈다. 노마처럼 잘 되지는 않았지만 즐거워했다. 그리고 고양이는 야옹야옹 해야지 왜 아옹아옹 하냐며 투덜대 네가 들은 고양이 목소리를 내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모두 야옹야옹은 아니었다.
■고양이 / 현덕 글, 이형진 그림 / 28쪽 7000원 길벗어린이
김향선 (주부·경기 고양시 탄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