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길'주차 취침중 사고 "보험금 지급" 판결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17분


사업을 하던 문모씨는 98년 12월13일 오전 1시 속초에서 양평으로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경기 가평군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잠이 들었다.

전날 오후 8시반경부터 4시간 이상 계속 운전하는 바람에 피로가 겹친 데다가 어두운 밤이었고 도로 곳곳이 얼어붙어 사고를 낼 위험이 있었기 때문. 그런데 문씨는 오전 3∼8시 사이 원인 불명으로 차량이 폭발해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숨졌다.

문씨의 유족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보험사가 자동차의 ‘운행’중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토록 하고 있고 ‘운행’은 ‘자동차를 당해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씨가 가입한 두 상해보험사는 “자동차는 잠을 자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므로 이 경우는 ‘운행중 사고’가 아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은 두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 잠자다 사고가 난 것이므로 ‘운행중’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윤재식·尹載植대법관)는 최근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회사는 유족에게 3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문씨가 도로변 공터에 주차해 잠을 잔 것은 목적지까지의 운행이 끝나기 전에 안전 운전을 위해 취한 조치로서 ‘운전의 연속’이다”고 밝혔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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