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n세대가 본 세상 이야기 '아버지, 난 누구예요'

  • 입력 2000년 9월 4일 17시 06분


최근 역사학의 새로운 방향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마이크로 히스토리(Micro History)로 불리는 `미시사(微視史)'. 거대하고 영웅적인 것만을 대상으로 삼아온 기존의 역사학과는 달리 인간 개개인의 심성과 문화를 꿰뚫어 살펴봄으로써 역사적 리얼리티의 관계를 연구한다.

즉 개인은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영향을 받지만 그 역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 속에 그냥 휩쓸려 가는 것만이 아니라 주체적인 개인으로서 굳게 발을 딛고 서 있다는 것이 미시사의 밑바탕이다.

한국 미시사 연구의 한 축을 잇는 서강대 백승종(白承鍾·사학과)교수가 엮은 ≪아버지, 난 누구예요≫(궁리출판)는 이른바 `n세대'의 눈을 통해 현 사회를 바라본 역사책이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요즘 젊은 n세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정체성과 역사관 등을 조망하고 아울러 우리 세상의 구석 구석을 함께 살펴볼 수있다는 게 그 의도다.

백 교수는 먼저 요즘 n세대 37명의 글을 모은 ≪아버지, 난 누구예요≫에서 「교사 홍태남의 교통수단 변천사」, 「월급 봉투로 본 가족 경제사」 등 n세대들이 주변에서 느낀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에 대한 그들의 다양한 시각을 이끌어냈다.

이어 그들의 정직한 내면 고백과 체험기를 통해 폐쇄보다는 개방을, 허세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집단보다는 개인을, 단조로움보다는 다양함을 우선시하는 n세대의 정체성을 발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연약할 것 같지만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당찬 모습과 우정과 사랑을 찾아 나서는 진지한 방황,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 등도 백 교수가 글속에서 찾아낸 n세대들의 모습이다.

책에는 이와 함께 뚜렷한 개성보다는 획일성을, 격려보다는 억압을, 그리고 수능점수에 따른 줄서기만을 강요하는 입시제도와 휴대폰의 홍수, 환경오염의 심각성,급속한 도시화와 농촌사회에 대한 무관심 등 세상을 보는 n세대들의 비판적 시각도 함께 담아냈다.

[연합=김인철기자] aupfe@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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