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주민들 '러브호텔'반대 항의시위-법적투쟁 본격화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39분


“시민의 힘으로 생활환경을 지키자.”

주거단지 옆의 러브호텔, 학교 주변의 퇴폐향락업소, 각종 위험시설 등 생활환경을 위협하는 각종 유해요인으로부터 마을을 지키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신흥도시의 주택가나 학교근처 등에 독버섯처럼 늘어나는 러브호텔을 몰아내기 위해 주민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 주민들은 21일부터 부천시청과 러브호텔 공사현장 2곳에서 공사 중단 및 건축허가 취소를 요구하며 연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25일 원혜영(元惠榮)부천시장을 만나 신축허가 취소를 강력히 요청했다.

부천시는 4월과 6월 원미구 중1동에 각각 10층, 7층짜리 숙박시설 2곳의 건축허가 신청을 승인해 현재 이들 숙박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이곳은 영남 삼보 뉴서울 등 3개 아파트 2146가구가 있는 포도마을에서 직선거리로 7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또 인근에 부명고 부명정보산업고 부명초등학교 부명중학교 등 4개 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다.

삼보아파트 자치회장 전병화씨(47)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아파트 단지 앞에 러브호텔 신축 허가를 마구 내주는 것은 문제”라며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해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대화동 장성마을과 성저마을 주민 1519명은 23일 서울행정법원에 고양시교육청을 상대로 러브호텔 신축 심의에 대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주민들은 21일 고양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 데 이어 30, 31일 고양시청과 고양시교육청 앞에서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수도권 신도시의 러브호텔은 중동에 1곳, 일산 11곳, 분당 4곳 등 모두 16곳이며 33곳이 건축허가를 받았거나 건축중이다.

경기 화성군 향남면 향남제약공단 인근 14개 마을 주민 1000여명은 24일 오후 향남제약공단 정문 앞에서 주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소야(대표이사 박재돈)의 방사선 멸균처리시설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권장희(權長喜)문화소비자운동 본부장은 “우리 사회는 그동안 퇴폐향락산업에 대해 업주의 재산권 차원에서만 보아 왔으나 시민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하고 살아갈 권리는 그보다 더욱 중요한 행복추구권에 해당한다”며 이는 오염물질 배출업소를 환경보전 차원에서 주민들의 생활권에서 격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정규·남경현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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