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겸한 일산-분당등 신도시 원정쇼핑 유행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34분


지난 주말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공원과 인근 쇼핑몰 주차장엔 열대에 두세대 꼴로 서울 번호판이 붙은 자동차가 자리잡고 있다.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안국(40) 유성희씨(36·서울 양천구 목동) 부부도 그 중의 하나.

“직장 때문에 분당에서 목동으로 이사왔는데 서울은 공원, 백화점 할 것 없이 너무 비좁고 답답해요. 그런데 여기 오면 주차하느라 짜증날 일도 없고 아이들도 넓게 트인 공원에서 자전거를 실컷 탈 수 있어 가족 모두가 좋아하죠.”

신도시가 서울시민들의 새로운 주말나들이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들어 일산과 분당 등 쾌적한 공원시설과 쇼핑센터가 밀집된 수도권 신도시에 가족과 함께 주말을 즐기려는 서울사람들의 발길이 붐비면서 나들이를 겸한 ‘원정쇼핑’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아 가는 것.

김씨 부부만 해도 목동에서 자유로를 타고 달려 30분이면 일산에 닿을 수 있다. 목동에서 가까운 영등포는 물론 서울시내와 비교해서도 결코 오래 걸리는 게 아니다.

“게다가 쇼핑할 수 있죠, 그동안 남편과 아이들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죠. 근처엔 맛있는 음식점도 많아 주말 하루 보내기는 진짜 괜찮아요.”

신도시 먹자거리의 다양한 음식점들도 이들의 발길을 모으는 데 한몫하고 있다. 분당의 야탑역 서현역 미금역 등 역세권마다 서울 강남의 고급레스토랑을 그대로 옮겨놓은 음식점이 그득하다. 일산의 명물 풍동 애니골엔 추억의 카페가 줄지어 늘어서 연인들의 데이트와 가족나들이에 제격.

자연히 이 지역 백화점들도 서울사람을 잡기 위한 갖가지 마케팅전략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송대승 마케팅팀장은 “주말엔 서울고객들이 20%를 웃돈다”며 “영업시간을 밤10시까지 연장하고 셔틀버스를 서울 은평구까지 연장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

경기 고양시와 인접한 서울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지역을 비롯해 양천구 목동과 강서구에서도 쇼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지난해 수도권 외곽순환도로가 개통된 뒤에는 김포와 평촌에서 자동차로 30여분 대의 드라이브가 가능해졌다.

롯데와 그랜드, 뉴코아 등 3개의 백화점과 이마트 까르푸 등 6개의 할인점이 밀집해 있어 가격경쟁도 치열하다. 그래서 평일에도 ‘원정’오는 서울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양최대의 인공호수(9만1000여평)를 품고 있는 31만여평의 호수공원은 가족 피크닉 장소로도 사랑 받는다. 4.7km의 자전거길과 7.5km의 산책로가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자녀들에게 통일교육을 겸해 자유로로 이어지는 통일전망대와 임진각에 들른 뒤 오는 길에 이곳을 찾는 ‘통일드라이브 코스’도 인기다.

30대 이후라면 대학시절 데이트하면서 기차 타고 한번쯤 가봤을 일산 동쪽 끝 ‘추억의 백마촌’을 찾아볼 수 있다. 일명 풍동 애니골로 불리는 이곳엔 토속주점부터 고급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100여 업소가 아기자기하게 늘어서 있다. 호수공원에서 10여분거리.

◆분당

최근 도로사정이 좋아지면서 주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수서동 일원동 양재동 등의 주민들이 주말쇼핑 겸 나들이를 즐긴다.

백화점이 4개(삼성플라자 롯데백화점 뉴코아백화점 2개), 할인점이 7개(킴스클럽 3개 까르푸 2개 이마트 마그넷)나 돼 ‘쇼핑천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

“강남에도 백화점이 많은데 왜 여기까지 오느냐고요? 강남백화점엔 아무래도 고가품과 의류가 많죠. 분당은 먹을거리와 생필품 등이 다양해서 살림 사는 주부들이 좋아해요.”

분당에서 ‘생활쇼핑’을 즐긴다는 박영희씨(40·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말. 주말마다 콘서트를 여는 삼성플라자처럼 각종 문화이벤트를 실시하는 곳도 많아 문화욕구도 충족시켜 준다.

백화점이 밀집한 중심가에 가까운 중앙공원은 14만평의 부지에 잔디밭과 연못 등이 잘 어우러져 있고 지난해 문을 연 율동공원도 번지점프대와 드라이브코스가 있고 카페촌으로 이어졌다.

서현동 먹자거리는 한식점과 카페 레스토랑 등 200여개 업소가 몰려 있어 쇼핑―문화―요리와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국도 외에 수서와 일원동에서는 수서―분당간 고속화도로를, 역삼동과 개포동 등에서는 내곡―분당간 고속화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구리

경기 구리시의 LG백화점과 롯데마그넷도 경춘국도 진입로에 자리잡아 주말이면 행락객들의 여행길 쇼핑장소로 사랑 받고 있다. 인근에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광릉수목원과 축령산자연휴양림을 비롯해 청평, 새터유원지 등이 있다. 휴양지로 가는 길에 필요한 먹을거리 등을 구입하거나 돌아오는 길에 생필품 쇼핑을 하는 가족들로 가득하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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