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 '전세 바람'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33분


아무리 전원생활이 좋다고 하지만 낯선 지역에서 산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일. 호젓한 전원생활 뒤에는 ‘이방인’을 불편하고 힘들게 만드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 전원생활을 체험한 뒤 전원주택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서울에 살던 서진환교수(43·서울산업대 금속공예과) 가족은 얼마 전 전세로 전원주택에 입주했다.

서울에서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의 3분의 1도 안되는 4000만원에 마음에 드는 전원주택을 찾은 것.

150평의 대지에 건평 42평인 이 목조주택은 불과 3년 전에 지어져 특별히 수리할 만한 곳도 없었다. 학교까지 자동차로 50분이면 갈 수 있어 서울로 출퇴근도 가능하다.

서교수는 “예전부터 전원생활을 꿈꿔 왔지만 선뜻 토지를 구입해 집을 짓기가 겁나 먼저 전세로 살아보기로 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전원생활이 좋아 차분하게 준비해 2년 뒤에는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멋있는 전원주택을 한 채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원주택 시장에도 전세바람이 불고 있다. ‘일단 한번 살아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수요자가 늘면서 서울에서 가까운 용인 광주 남양주 등에 전원주택 전세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 한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집주인은 관리해 줄 사람을 찾아서 좋고 세입자는 2년간의 전원생활을 몸으로 느껴본 뒤 전원주택을 마련할 수 있어 좋다.

▽왜 전세 전원주택인가〓올해로 2년째 경기 용인의 전원주택에 전세로 입주해 있는 P씨(55)는 “이제는 땅의 입지와 방향만 봐도 바람이 어디로 불고 일조량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 2년간의 전원생활로 이제는 좋은 입지를 고르는 안목이 생긴 것. 시골생활을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변수들을 조목조목 챙겨 땅을 사서 집을 짓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을 계획이다. 전원생활 경험이 있으면 이처럼 시간을 두고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결국 지역정보에도 밝아져 한두 번 땅을 보고 집을 고르는 사람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당장 구입자금이 없는 사람도 우선 전원으로 뛰어든 뒤 돈을 마련할 수 있어 유리하다. 또 토지이용 규정이 강화되면서 외지인에 대한 건축허가가 까다로워졌지만 6개월 이상의 거주자는 이같은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여기에 농지를 전용해 농가주택으로 허가받을 때는 세금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시장 상황〓전원주택의 전세시장은 아파트처럼 지역별, 평형별로 시세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 특징. 건물의 상태, 집 수리비, 집주인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전세금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급하게 집을 비워야 한다면 예상 밖의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오기 때문에 이런 급매물을 잘 챙겨보면 유리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대지까지 포함해 3000만∼4000만원 정도면 수도권 지역에 입주할 수 있는 전세매물을 찾을 수 있으며 농가주택도 1000만∼200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간혹 강변이나 계곡 인근에 위치해 경치가 아주 좋은 고급별장은 1억원 가량에 전세거래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많지 않아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원주택 전세매물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현지 중개업소를 직접 다녀볼 필요가 있으며 마음에 드는 지역을 골라 시간을 두고 수소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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