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안된 중국藥 인터넷판매 기승…부작용 심각할수도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25분


주부 정모씨는 올 초 서울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살빼는 약을 구입해 먹었다가 고생했다. 입이 바짝 타 들어가고 심장병 환자처럼 가슴이 심하게 눌리는 통증을 느꼈던 것.

여대생과 직장인 등 젊은 여성 사이에 살빠지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소문난 이 약은 중국산으로 마약성분인 ‘염산암페프라문’과 ‘펜플루라민’이 한알에 20㎎씩 들어 있어 부작용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과다 복용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안전성과 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채 보따리상과 관광객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산 약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의약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무허가로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중국 현지에 개설된 이들 중국약 판매 사이트는 모두 10여개. 한국인을 겨냥해 한국어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간 심장 중풍 당뇨병 전립선 치료제와 미용크림 다이어트용 차(茶) 등 30여종의 의약품과 상품을 소개해 놓고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국내로 보내고 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모두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트는 ‘마오쩌둥(毛澤東) 주치의가 추천하는 다이어트 제품’ ‘보혈의 전설적인 보약’ ‘중국 4대 명약, 300년간의 비방’ ‘100여명의 식물인간을 깨운 뇌질환 치료제’ ‘유효치료율 100%’ ‘20세기말 한의학의 중대한 성과’ 등의 광고문구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받으면 2∼4일 안에 국제 특급우편으로 국내의 소비자에게 제품을 보내준다. 상품금액이 미화 60달러 이하인 우편물은 관세를 물리지 않는 점을 이용해 영수증에는 모두 60달러 이하로 기재하는 편법도 사용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정식 허가를 받은 수입 약품보다 가격이 30∼70% 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사이트마다 하루 평균 30여건, 모두 300여건의 주문이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부작용이 없는 의약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식약청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는데다 수입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만큼 무허가 또는 불법 판매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외교통상부를 통해 중국약 판매 사이트의 광고 및 판매행위를 중지토록 중국에 요청하는 한편 관세청에도 반입을 금지하기 위한 단속을 요청했다.

미국의 경우 의약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관련법의 준수 여부를 식품의약국(FDA)에 입증해야 하며 처방전 없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 판매건수당 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관계자를 소환 조사한다.

식약청 이희성(李熙成)의약품관리과장은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중국산 의약품이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의약품의 불법 광고 및 판매방식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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