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상봉 통보]임창혁씨 "죽은줄 알았던 동생이…"

  • 입력 2000년 7월 16일 19시 44분


"죽은 줄만 알았던 동생이 살아 있다니 정말 믿지지 않습니다."

임창혁씨(71)는 16일 '8·15'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동생 임재혁씨(66)가 50년만에 서울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6남매 중 셋째인 재혁씨는 6·25전쟁 직후인 50년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채 가족들과 함께 서울 용두동 집에서 살던 중 잠시 외출하러 집밖으로 나갔다 북한군에 잡혀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그 뒤 창혁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재혁씨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한 채 전쟁이 끝난 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재혁씨를 사망한 것으로 신고해 호적을 정리했다.

재혁씨의 어머니 최경희씨는 15년전 돌아갔으며 아버지 임휘경씨(91)는 현재 장남인 창혁씨와 함께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휘경씨는 병상에 누워 가족들과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섯째인 여동생 부자는 2년전 암으로 죽었다.

창혁씨는 "그동안 명절 때마다 식구들이 모이면 16살로 중학교에 다니던 중 의용군에 끌려간 재혁이 얘기를 해왔다"며 "그러나 전혀 소식이 없어 가족들은 모두 죽은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창혁씨는 또 "어머님이 돌아 가실 때 6남매 중 유일하게 재혁이만 임종 하지 못해 어머님이 차마 눈을 감지 못했다"며 "재혁이가 오면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동네 잔치라도 해야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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