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산성비 갈수록 악화…13곳중 12곳이 산성비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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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의 산성도가 높을수록 비를 맞는 사람들의 탈모가 심해지고 피부에도 자극을 주게 된다.” “건축물의 시멘트 콘크리트나 철강재의 부식 속도를 훨씬 빠르게 한다.”(환경과 공해연구회 권기태·權奇泰간사)

산성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내리는 비의 산성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시가 한남동 등 13개 지점에서 산성비 자동측정기를 설치해 강우(降雨)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평균 5.0pH였던 산성도가 올해 들어 넉달(1∼4월) 동안 평균 4.5pH로 더욱 나빠졌다는 것. 일반적으로 산성도가 5.6이하로 내려갈수록 산성비의 강도가 더해진다.

13개 측정 지점별로 살펴보면 면목동에서 측정한 강우 산성도가 6.2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방이동(4.4)과 반포동(4.4) 불광동(4.1)은 평균치보다 더 산성도가 높았다. 특히 황사가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뒤덮기 전인 1월 불광동에서 강우의 산성도를 측정한 결과 올해 측정지점을 통틀어 가장 높은 3.8까지 기록,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지역의 강우 산성도를 조사한 결과 11, 12월 각각 4.7pH를 기록한 것이 가장 높은 것이나 불과 1, 2개월 사이에 0.9pH나 산성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산성비는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이 황산과 질산 등으로 바뀐 뒤 내리는 비에 녹아들어 비를 산성화시킨 것. 특히 시내에서 운행 중인 차량들이 내뿜는 배기가스에서 다량 검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산성비의 주원인이 되고 있어 차량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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