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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30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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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내 대다수의 제약업체들이 덤핑과 랜딩비(거래 개시 사례금) 제공 등의 방법을 통해 질 낮은 의약품을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하고 국민이 이런 약품을 사용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지금까지 정부의 약품 관리에도 큰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7월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약사가 사용(대체 조제)할 수 있는 약품을 지정하기 위해 ‘약효 동등성(藥效 同等性) 시험’을 도입한 결과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4649품목 중 2442품목만이 시험 자료를 제출했으며 이 중 1차로 12.12%인 296품목만이 약효를 인정받았다고 30일 밝혔다. 대체 조제 의약품은 의사가 처방전에 명시한 약품이 약국에 없을 경우 약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아 대신 내주는 약으로 성분과 효과가 의사의 처방약과 같아야 한다.
식약청은 24일 이 296품목을 포함해 총 818품목을 약사가 사용할 수 있는 약품으로 1차 공고했다. 이중 522품목은 89년 이후 허가 당시 인체를 대상으로 보다 더 엄격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쳤기 때문에 약효 동등성 시험을 면제받은 것들이다.
분업이 시행되는 7월부터는 약효 동등성 시험을 통과하거나 시험을 면제받지 않은 약품은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들 818품목과 다음달 15일 발표될 추가 통과 의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의약품은 자동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회사 관계자들은 추가 통과 제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전체적으로 4649품목 중 절반 이상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10일 마감 시한까지 약효 동등성 시험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품목은 업체가 아예 동등성 시험을 하지 않거나 검사 장비조차 없는 경우 등이어서 앞으로 자료를 제출한다 해도 약효를 인정받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다.
식약청은 국내 생산중인 4649품목 중 절반 가량만 시험 자료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시험 자체가 까다롭고 △업체가 시험 기기(대당 7000여만원)를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하며 △시장성이 없어 업체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약품들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이른바 ‘카피’ 제품들로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도염 치료에 쓰이는 시사프라이드일수화물 성분의 의약품은 22개 업체가 생산하고 있지만 이번에 대체 조제 의약품으로 지정된 건 9곳뿐이며 아세클로페낙(해열 진통제) 성분은 17개 업체 중 11곳만 심사 자료를 내서 통과됐다.
식약청은 이번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의약품은 2개월 단위로 계속 신청받아 대체 조제 의약품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SK제약 유병환상무는 “의약분업 실시와 대체 조체 의약품 지정을 계기로 품질 브랜드 마케팅 연구 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제약업체의 의약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전망이므로 소비자인 환자에게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약효 동등성 시험▼
같은 성분을 가진 다른 이름의 의약품의 인체에 대한 효과가 같게 나타나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으로 생물학적 동등성(in vivo)시험과 비교용출(比較溶出·in vitro)시험 등 2종류가 있다. 대체 조제가 가능하려면 처음 나온 의약품과 나중에 이를 모방해서 나온 의약품(카피제품)의 성분 및 효과가 같아야 하므로 이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각각 다른 약을 투약시켜 효과를 알아보는 것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의약품이 인체 내부와 비슷한 조건의 시험기를 빠져 나오는 시간과 양을 측정해서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비교용출시험이다. 외국에서는 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택하지만 우리는 여건이 안돼 이보다 조건이 완화된 비교용출시험으로 대신하고 있다.
<정성희·송상근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