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가 즐겨찾는 맛골목]신촌-세미일식 등

  • 입력 2000년 5월 29일 21시 04분


신당동 떡볶이, 신림동 순대, 신사동(강남구) 감자탕….

서울의 대표적인 음식골목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이후 압구정동과 청담동의 고급 퓨전음식점에 치여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음식타운이 최근 서울 도심에 속속 생겨나며 젊은층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신촌과 압구정동에 나타난 ‘일식골목’과 ‘고기골목’‘오징어 골목’이 그 중 소문난 곳.

▼담백한 맛 외국인도 즐겨 찾아▼

△‘세미일식’은 신촌에서〓연세대 부근 연세약국 골목엔 일식우동 돈까스 전문업소만 5개가 늘어서 있다. 전자오락실 카페 국밥집 당구장으로 가득찼던 이곳에 4년전 일식 돈까스 전문점 ‘촌일번’이 들어서 한동안 독주하다 지난해 7월 ‘나니와’, 11월에는 3000원 안팎의 ‘보급형 스시’를 표방하는 ‘미다래’가 문을 열었다. 올 2월에는 일식우동집 ‘하야미’가, 지난달엔 우동초밥집 ‘하루미’가 합류.

“4년전만 해도 한 쟁반에 개인용 반찬과 밥 일체를 세팅해 내놓는 시스템이 드물었어요. 3500원 안팎의 싼 가격도 일식집치곤 파격적이었지만 탕 찌개류에 식상한 젊은이들에게 달작지근하고 담백한 맛도 굉장히 인기였죠.”(‘촌일번’ 최성희사장)

요즘은 일본 유학생이나 관광객들도 명동만큼이나 자주 찾는다는 것이 ‘나니와’ 장선자 사장의 말. 동경한국인학교 출신 오한영군(23·서울대 국사2)은 “업소별로 만두 초밥 우동 돈까쓰 등 각기 특화된 메뉴들이 따로 있어 골라먹기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음식평론가 고형욱씨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의 입맛이 ‘세미일식’이란 대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 접시와 개인용 쟁반을 따로 사용하는 것도 깔끔하고 위생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층의 구미에 잘맞았다”고 분석했다.

▼카페에서 차마시듯 고기 즐겨▼

△밤12시에 ‘신사동에서 고기’를?〓술과 고기가 질펀하게 어우러지는 곳이 아니다. 흰색 베이지색 등 유난히 밝은 색으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같은 분위기. 강남구 신사동 안세병원 사거리에서 압구정동 방향으로 조금 가다가 오른쪽 골목에 자리잡은 ‘등나무집’‘미로정식 숯불갈비’‘고바우 신삼겹살집’. 부근 나이트클럽을 찾은 20∼30대 젊은층이 많이 찾아 밤 12시까지도 불야성을 이룬다.

“요즘 고기먹는 모습도 참 희한해진 것 같아요. 저녁식사로 고기를 먹기보다는 다른데서 식사를 하고 얘기도 나누고 춤도 추다가 2차나 3차로 우리집을 찾는 손님이 많거든요.”

‘등나무집’의 김진호사장은 그래서 밤 10시대가 가장 붐비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주메뉴도 돼지고기(고바우 신삼겹살), 와인에 숙성시킨 고기(등나무집), 한우등심(미로정식) 등으로 다양하다.

이 골목을 자주 찾는다는 회사원 김성은씨(26·AC닐슨)는 “‘고기’에 얽매이지 않고 때로는 카페처럼 때로는 술집처럼 분위기를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층을 끄는 이유”라고 말했다.

▼간식-안주로 싼 값에 부담 없이▼

△‘압구정 오징어’는 아무 때나〓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자리잡은 오징어 골목. 3년전 ‘뱃고동’‘오대감’ 등이 이곳에 체인분점을 낸데 이어 지난해 11월 ‘바다로 가는 기사’가 뛰어들었다. 업소측에서는 오징어라는 메뉴가 일정한 식사시간이 따로 없는 요즘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도 일정부분 들어맞는다고 본다.

오징어를 식사로 먹는 이도 있고 간식으로 먹기도 하며, 아니면 술안주 삼아 각기 달리 먹는 탓에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특별히 몰리는 시간없이 줄곧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얘기. ‘바다로 가는 기사’의 정형진사장은 “밥집과 주점 분식집 성격이 혼합돼 여러 업소가 함께 있어도 매출이 느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오대감’의 양영호 사장은 “3500원부터 비싸야 6000원 미만이란 점에서 근처 다른 음식점들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높다”고 전한다. 또 오징어까스 오징어탕수육 오징어빈대떡 오징어냉면 등도 이 곳 오징어전문점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메뉴들.

회사원 장미씨(25·금강기획)는 “오징어야 원래 술안주잖아요. 크게 과음하지 않을바에는 여자들끼리 끼니도 해결하고 수다떨며 한잔씩하기 딱 좋은 곳”이라고 오징어골목을 추켜세웠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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