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20분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 NHK 제작팀편/도요새 펴냄▼

바바리사자, 여행비둘기, 캐롤라이나잉코, 네브라스카 늑대, 캘리포니아 회색곰….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여기 인간의 탐욕으로 비명도 없이 사라진 동물들의 사연이 있다.

무섭게 생긴 것도 죄다. 온순한 황조롱이 계통의 구아다루프 카라카라. 수리를 닮은 매서운 인상에 지레 겁먹은 염소 방목자들이 살육작전에 희생됐다. 잘못 지어진 이름 때문에 무늬만 늑대였던 여우과의 포클랜드늑대도 같은 운명을 밟았다. 반대로 너무 잘 생겨도 탈. 멋진 뿔을 가진 북미대륙 배드랜드 큰뿔산양, 아름다운 핑크빛 곡선미를 자랑하던 방글라데시 분홍머리오리 등이 빼어난 미모 때문에 유명을 달리했다.

맛있는 것은 천형이다. 과일과 꿀을 먹고사는 괌 과일박쥐는 관광객의 식탐에 사라졌다. 1968년 한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한 마리가 요리됐다고 전해진다.

뉴질랜드의 불혹주머니 쯔르레기는 꽤 억울한 경우다. 1900년대초 영국 왕실의 요크공이 무심결에 모자에 깃털을 꽂자 유럽 귀족들이 따라하면서 ‘죽음의 유행’을 맞았다. 코카서스 바이슨도 절멸 직전 제정 러시아 황제로부터 보호받은 것이 화근이 되어 붉은군대의 손에 일망타진됐다.

세이셜 코끼리거북의 마지막 생존자인 ‘마리온’의 죽음은 여운을 남긴다. 1918년 어느 날 마리온은 높은 포대에 올라가 떨어져서 죽음을 택했다. 선원들의 저녁거리로 종족을 떠나보낸 뒤 백년간의 고독을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에 소개된 91종의 멸종동물의 부음은 1995년 4월부터 1년간 방송된 일본 NHK 위성방송 ‘생물의 묵시록’ 제작진이 꾸렸다. 지금까지 사라진 동물은 우리나라의 ‘따오기’를 비롯해 700여종. 게다가 5000여종이 절멸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라지면 인간의 미래도 어두워진다’는 말도 못한 채. 327쪽, 6800원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