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 구입땐 원산지 꼭 살피세요"…중국産 범람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56분


‘헤드셋 유심히 살펴보고 구입하세요.’

휴대전화 단말기나 인터넷 무료전화를 할 때 이어폰처럼 귀에 꽂고서 통화할 수 있는 핸즈프리 헤드셋 제품 가운데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고 국산인 것처럼 교묘히 눈가림한 중국산 제품들이 범람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산지 표시를 안한 중국산 헤드셋 제품은 시중에 유통되는 전체 제품의 70%에 이른다.

한달 평균 국내에서 50만개 이상의 헤드셋이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산지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제품은 무려 30만개 이상이 판매되는 셈이다.

원래 공산품은 식료품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생산됐다면 ‘Made in China’라는 원산지표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 그런데 이들 제품은 중국산인데도 중국에서 생산됐다는 표시가 전혀 없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영락없는 국산제품이다.‘프린티드 인 코리아’‘Hankook …’‘…AMSUNC’등의 글자를 겉포장에 인쇄해 넣어 국산인 것처럼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다. 제품의 디자인과 포장도 국산 유명브랜드와 흡사하다. 제품 사용설명도 한글로 되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품본체는 물론 포장에도 제조업체이름 문의전화 주소 등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중국산 헤드셋의 제조원가는 국산의 20%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이같은 ‘위장술’때문에 국산과 같은 값에 팔린다. 개당 600∼700원에 수입된 휴대전화 단말기용 헤드셋이 8000∼1만원에, 1200원에 들여온 인터넷 무료전화용은 무려 1만5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안한 수입품들은 소비자와 국내 제조업체 모두에 큰 피해를 준다.

소비자들의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국산과 같은 값에 구입하게 되어 당장 손해를 볼뿐만 아니라 연락처도 없어 사후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조악하게 조립돼 고장률도 높은데다 고급부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진다.

국내 업체들도 골머리. 가격경쟁이 안되는 제품이 무차별로 반입되고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급감했다. 자신들의 제품과 흡사하기 때문에 불량품 때문에 화가 난 소비자들로부터‘환불해달라’는 항의까지 받는 경우도 생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근본적인 이유는 세관에서 원산지 표시가 됐는지 ‘제대로’ 확인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중국산 제품은 국내로 반입될 때 낱개 포장을 안한 채 1000개 단위로 대형박스에 넣어져 들어온다. 세관에선 박스 외부는 확인하지만 박스 내부의 제품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살펴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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