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피아]LG-SK 청정휘발유 품질경쟁 뜨겁다

  • 입력 2000년 4월 28일 19시 34분


국내 정유업계의 양대주자인 LG정유와 SK㈜가 ‘청정 휘발유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LG정유와 SK㈜의 휘발유 전쟁은 지난해말 공교롭게 같은 날 청정 휘발유 개발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올들어 경기가 풀려 신차 구입이 크게 늘면서 양사의 경쟁은 더욱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엔진의 출력이나 주행성이 뛰어나도 엔진 내부에 퇴적물이 쌓이면 자동차가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 배경에 깔려 있다.

‘차는 안다’는 카피로 유명한 LG정유의 ‘시그마6’는 무결점 운동인 6시그마 정신을 지향하겠다는 취지로 개발됐다. LG측은 아예 기존 ‘테크론’ 브랜드의 간판을 내릴 정도로 사운을 걸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엔진 성능과 관련된 주요 장치인 연료 분사장치, 흡기 밸브, 연소실 등에 대한 세정 효과가 탁월하다는 설명.

시그마6의 비결은 첨가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 세브론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고순도 청정 첨가제에 있다. 기존의 첨가제보다 순도가 훨씬 높아 엔진 내부에 퇴적물이 생기는 원인인 분자량이 큰 물질을 최대한 억제해준다는 것. 시그마6는 연료 분사 장치도 깨끗하게 해준다. 연료 분사장치의 연료 제어통로는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더 가늘기 때문에 퇴적물이 조금만 있어도 제 기능을 못한다. 연료 분사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자연히 엔진의 힘도 떨어지게 된다.

SK는 자체 개발한 신규 청정제로 LG에 맞서고 있다. 기존 청정제의 성능을 3배 이상 향상시킨 신규 청정제를 지난해 10월부터 기존 엔크린 제품에 넣었던 청정제와 교체해 섞고 있다.

양사의 청정 휘발유 경쟁은 95년에도 벌어졌다. 당시에는 LG가 선수를 쳐서 세브론과 공동으로 개발한 청정제를 넣은 휘발유를 내놓으면서 업계 처음으로 ‘테크론’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SK㈜는 같은해 10월 독자 개발한 청정제를 첨가한 ‘엔크린’을 내놓았으며 쌍용정유가 ‘슈퍼크린’, 한화에너지가 ‘이멕스’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자사 제품의 청정성을 내세웠다.

옥탄가논쟁(94∼95년), 청정휘발유 경쟁(95∼97년), 보너스카드 경쟁(96∼99년)에 이어 또다시 청정휘발유 경쟁이 벌어지자 업계는 두 대형 정유사의 승부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는 보너스카드를 중심으로 정유사의 고객 서비스가 이미 거의 평준화한 만큼 당분간 휘발유 품질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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