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 도몬 후유지 지음/이정환 옮김/작가정신 펴냄/240쪽 8000원▼

‘벤처’야 여전하지만 예전같진 않은 ‘손정의’열풍으로 덕을 본 출판분야가 있다면 경영철학일 것이다. 특히 이 책은 그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출판사는 선거철을 앞두고 ‘인간경영’이 ‘정치철학’으로 읽히길 은근히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경영철학’이어도 상관없을 터. 솔직히 아무리 선거철이라 하더래도 이런 류의 책들은 내용이 뻔하지만, 이 책에 관심가질 만한 사람들은 “손정의가 도쿠가와와 노부가에를 존경했다더라”는 사실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또 도쿠가와가 정치인이지 경영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왜 관계가 없으랴. ‘인간경영’의 측면에서 볼 때 정치와 경영은 분리할 필요 자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은 도쿠가와가 살았던 오랜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일단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깔고 도쿠가와의 면면을 회뜨듯 세분하므로, 도쿠가와의 철학은 지금 책을 읽는 이에게도 생각할 여지를 남겨둔다.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도쿠가와는 냉철하고, 사람볼 줄 알고, 무엇보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한 도쿠가와의 인간경영 전략은 기획과 집행을 엄격하게 분리시킨 ‘분단전략’, 동시에 권력과 재력을 주지 않는 부하관리 전략, 후계자 선택에서의 냉철한 판단 등 전략가의 풍모를 여지없이 보인다.

‘나의 상사가, 내가 이럴 수 있기를’하고 은근한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 하겠다. 그러나 주의할 점. 인간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동서고금에 따라 달라지겠냐마는 시대상황을 감안하고 자신의 주변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잘라 말해, 도쿠가와는 저자의 말대로 공과 사를 엄격하게 잘라내는 얼음같은 냉정함을 지닌 조직 우두머리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사람 좋아보이는 리더와는 정반대지만, 어떤 모습이 진정한 리더인지는 책 한 권이 답을 내려주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절반의 성공을 한 것이 아닐는지….

신은<동아닷컴 기자>nsilv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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