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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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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헝가리와 유고연방은 인접 루마니아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루마니아 금광에서 수천t의 중금속이 유출돼 젖줄인 다뉴브강을 오염시켰기 때문.
수자원을 둘러싼 국제분쟁은 다뉴브강뿐이 아니다.
나일강을 함께 쓰는 중동 8개국의 경우 70년대 초반부터 물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돼 지금까지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일강에서 물 수요의 98%를 끌어 쓰는 이집트는 하류에 위치해 있어 상류지역에 있는 이디오피아와 수단이 댐을 쌓아 물을 차단하면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정도. 최근에는 이디오피아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하류까지 충분한 물이 공급되지 않자 다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유프라테스강을 둘러싼 터키 시리아 이라크의 첨예한 대립도 끊이지 않는다. 터키는 최근 대형댐 건설을 추진하면서 “아랍국가들이 석유를 무기화할 경우 시리아로 흘러들어가는 물을 차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최근 세계은행은 “20세기 국가간 분쟁이 석유 때문이었다면 21세기는 물 분쟁 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시가 91년 발표한 위천공단 건설계획은 부산 경남지역 주민들이 낙동강 수질오염을 이유로 건설 자체를 반대해 지금까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93년 건설을 발표한 동강댐도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
▼ 2020년 1억명 물고통 ▼
▽지구상의 물 얼마나 부족한가〓올해 유엔환경계획(UNEP)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물부족에 시달리는 ‘환경난민’은 98년 2500만명으로 처음 전쟁난민의 수를 웃돌았다. 이 숫자는 2020년까지 1억명을 넘어설 전망.
‘21세기 세계 물 위원회’는 17∼22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물 포럼’에서 현재 약 30억명의 인구가 위생급수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더러운 물로 인한 병으로 매일 5000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지구에 공급되는 물의 양은 9000㎦. 이중 인간이 쓰는 양은 4300㎦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물 가운데 담수는 2.5%에 불과하며 그것도 3분의 2는 만년설과 빙하 형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물의 지역적 편재와 인구 급증이 문제이다.
‘세계 물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경 세계의 물수요량은 4279∼5235㎦로서 1995년의 3788㎦에 비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소양강댐 규모의 댐 170개가 추가로 건설돼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유엔은 한국도 리비아 모로코 등 사막국가와 같은 물부족국가군(1인당 확보된 연간 담수량 1700㎥ 미만)에 포함시키고 있다.
UN산하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활용 가능한 한국의 물 자원량은 661억㎥. 이를 국민 1인당 활용가능량으로 환산하면 1950년 3247㎥에서 1995년에는 1472㎥로 줄었으며 2025년에는 1258㎥로 더욱 줄어든다는 것.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수자원 부존량은 매우 적은 편이다. 지역별 계절별 연도별로 강수량의 차이가 커서 수자원 관리도 어렵다.
정부는 현재 건설중인 횡성 밀양 용담댐 등 5개 댐을 2003년까지 조기 완공하고 광역상수도 및 공업용수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2011년까지 전국 상수도 보급률을 현재의 85.2%에서 95%로 확대하는 등 물부족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
그러나 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공급대책 만으로는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 이제는 소중한 자원 ▼
▽물 소비량 세계 최고〓우리나라 한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은 평균 395ℓ. 프랑스(281ℓ) 영국(323ℓ) 일본(357ℓ)보다 많다. 국민소득을 감안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
이에 반해 가정용 평균 물값은 지난해말 기준 t당 240원(서울은 255원)으로 생산원가의 70% 수준. 호주(871원) 일본(1374원) 프랑스(1710원) 독일(1936원) 등에 비해 아주 싸다.
지금처럼 물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면 2011년까지 30∼40개의 댐을 더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추가 건설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물 절약이 최선의 대책.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석유보다 귀한 경제재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