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디지털시대 다시 읽는 자본론'

  • 입력 2000년 3월 11일 17시 05분


▲'디지털시대 다시 읽는 자본론' 가와카미 노리미치 지음/최종민 옮김/도서출판 당대 펴냄/277쪽 9000원▲

19세기 인물로서 20세기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가는 누구일까? 개인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유력한 후보로 칼 마르크스를 내세우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카를 마르크스의 이론에 반대하는 세력들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곡해와 오해까지도 그가 가졌던 무게를 반증해 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론이 섣불리 폐기처분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그 결정적 이유는 91년 사회주의권의 몰락. 구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의 모습이 마르크스 이론의 현실적 구현이 아니었음에도 사회주의의 '실패'는 곧 마르크스 이론의 '실패'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책은 카를 마르크스 일생일대 최고의 업적인 '자본론'이 작금의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는 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얘기한다. 그리하여 이 '디지털시대'에 자본론을 '다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있다. 기꺼이 그 안내자가 되어주겠노라며.

이 책은 그야말로 '자본론'의 기초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자본론' 중 1권의 '상품과 화폐'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부분만을 다룬 것. 마르크스 경제학의 핵심이 가치론임을 생각할 때 실로 유효한 타깃 설정이다.

내용 또한 이해하기 쉽다. 특히 다양한 실례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이론을 현실로 끌어내린다. 화폐발생의 필연성을 설명하면서 캄보디아를 예로 들고(폴 포트 일당에 의한 폭력적인 화폐폐지 후 화폐가 자연발생적으로 대두한 사실), 생산과 소비의 순환을 얘기하면서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에도시대 쌀의 생산과 소비 분석). 물론 저자가 일본인인 까닭에 일본의 예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 책은 마르크스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나 '자본론'에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들에게 쉽게 읽힐 듯하다. 하지만 워밍업 정도로만 생각하시길. 아무리 훌륭한 해설서라 하더라도 원전에는 못미치는 법이니까.

마지막으로 한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제목에 붙은 '디지털 시대'. 유감스럽게도 책의 내용은 디지털시대와 다소 무관하다. 디지털시대 새로이 등장한 전자화폐나 새로운 상거래질서 등에 대한 분석을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얘기.

김경희<동아닷컴 기자>kik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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