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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16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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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의 기본 도형인 삼각형 사각형 원 중에서 삼각형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사각형은 프랑스의 개선문 등에서 응용했다. 하지만 국가적인 기념물 중에서 원을 이용한 상징물은 없다는 것이 설계자인 우대성 이은석씨의 설명이다.
‘천년의 문’은 사람이 두 팔을 벌려 원을 이룬 형태를 나타냄으로써 인류가 서로 화해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꿈을 담고 있다. 하늘로 솟아 있는 ‘열린 문’을 통해 지구 어느 곳과도 통하는 ‘세계화’의 의미도 담고 있다. 원은 또한 우주의 순환과 인연을 나타내는 동양적인 형태이기도 하며 ‘완성’과 ‘완결’의 의미도 담고 있다는 것이 설계자들의 설명이다.
350억여원이 투입돼 2002년 완공될 예정인 이 문은 직경 200m의 크기로 지어질 예정이다. 피라미드가 대략 150m, 에펠탑이 320m 높이인 점을 감안하면 외형상으로 볼 때 ‘세계적 규모’라 할 수 있다.
이 대문은 철골로 지어진 뒤 외벽은 알루미늄 또는 티타늄으로 감싸진다. 벽 내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한강 주변과 월드컵 주경기장의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문 정상에는 300평 규모의 전망대가 마련된다. 대문 밑에는 지하 2층 규모의 전시장이 마련된다.
이 대문은 단순한 형태일수록 주변 경관과 조화하기가 쉽다는 점을 강조해 지어진다. 월드컵 주경기장과 한강 등 주변 경관과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평화와 행복의 열두 대문’ 계획은 2100년까지 이 대문 외에 11개의 대문을 별도로 짓도록 돼 있는데 후대에 지어질 다른 대문과의 조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새천년준비위원회는 이 대문을 이용해 입체영상인 홀로그램쇼 및 대형스크린쇼 등을 펼칠 수 있으며 한강을 배경으로 한 대형 이벤트를 치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대문에 대형 태극기 등을 걸어두며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50억씩 들일 가치있나"▼
‘열두 대문 프로젝트’에 대해 IMF시대에 엄청난 돈을 들여 ‘용비어천가’ 차원의 사업을 벌여야 하는가 등 비판적 시각도 있다. 미술평론가 이섭씨(아트컨설팅 큐레이터)는 “열두 대문 프로젝트는 수용자와 적절한 연계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척박한 미술환경에서 어느 누가 기념물 하나에 350억원씩 들여가며 세우는 것을 좋아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조한기씨(민족예술인총연합 사업국장)는 “재원의 상당부분을 국민모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한 세기 동안 문을 지으려면 그 기념적 성격이 정립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사업은 계승되기 어려울 것이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