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결승 최종3국]난타전 예상…누가 흑잡느냐 열쇠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냐 ‘반상의 철녀(鐵女)’ 루이나이웨이 9단이냐.

21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리는 최고의 전통과 권위의 43기 국수전 결승 최종 3번기. 타이틀이 걸린 세계 최초의 바둑 성대결 전적은 현재 1승1패.

당초 이번 도전기는 조 9단의 ‘수성(守城)’으로 점쳐졌으나 루이 9단의 ‘기습 일격’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접전이 되고 있다.

노영하(프로9단) 문용직(프로4단·정치학박사) 백성호(프로9단·바둑TV해설가) 정동식(프로5단·국수전관전평자) 정수현(프로9단·명지대바둑학과교수) 장수영(프로9단) 등 바둑 해설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전문기사 6명을 통해 3국을 전망한다.

▼3국은 어떻게?▼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이 보기 드문 ‘싸움바둑’의 형세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기사는 싸움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전투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장수영 9단은 “두기사의 바둑 스타일은 권투로 치면 큰 펀치를 계속 날리면서 파고드는 인파이터형”이라며 “3국도 1, 2국과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대마가 뒤얽히는 사활을 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성호 9단은 “객관적인 기력에서는 조 9단이 근소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루이 9단은 2국에서 돌의 두터움과 힘으로 밑어붙여 사실상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백중세 속에 조국수의 근소한 우세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수전은 당초 예상과 달리 루이 9단의 강공으로 주도되고 있다. 1차전도 조 9단이 좋은 바둑을 뒀다기 보다는 루이의 실착이 패전으로 이어졌다.

▼승부의 변수▼

전문가들은 △누가 흑을 잡는가 △심리적인 요소 △뜻밖의 실착 등을 승부를 좌우할 변수로 꼽는다. 3차전에서는 당일 두 기사가 흑백을 가리게 된다.

싸움바둑에서는 흑을 잡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주도권을 잡고 바둑의 흐름을 자기 구상대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두 대국도 모두 흑을 잡은 쪽이 승리했다.

노영하 9단과 문용직 4단은 조 9단의 근소한 우세를 점치면서도 “만약 루이가 흑을 잡는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난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리적인 면에서는 루이 9단이 우위에 있다. 조 9단은 잉창치배와 후지스배 등 큰 바둑에서 승리한 경험이 풍부한 반면 심적인 부담감이 적지 않다.

정수현교수는 “조 9단이 성대결의 승리와 국수위를 함께 지켜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을 떨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9단이 최근 국수전 2국과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에서 잇따라 진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루이 9단은 1승만으로도 반상의 스타로 떠올라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있다.

장 9단은 또 “세계 정상급 기사의 대결에서는 한수의 실패가 곧바로 패배를 의미한다”면서 “두 기사 모두 당일 최고의 컨디션으로 평소의 기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전 포인트▼

두 기사의 바둑은 세력과 실리냐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장 9단은 “아마추어 팬의 눈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두 기사가 싸우는 감각과 수읽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9단은 조 9단의 위기를 탈출하는 빠른 행마와 순발력, 루이 9단의 두터움을 눈여겨보라고 주문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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