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들 서비스 경쟁…의약분업 앞서 변신 한창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사는 주부 김은혜씨(32)는 얼마전 동네에 새로 문을 연 한 개인병원을 찾았다가 깜짝놀랐다. 병원 입구는 물론 입원실까지 마치 호텔처럼 꾸며놓아 전혀 ‘병원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 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라운지까지 갖추고 있었다. 간호사들도 호텔 직원 못지않게 상냥했다.

이처럼 요즘 ‘동네 병원’이 달라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한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전국의 소규모 병의원들이 올 7월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생존을 건 서비스 경쟁’에 나선 것.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내과 소아과 피부과 등 그동안 진료보다는 약품판매 수입의 비중이 컸던 ‘동네 병의원’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재정(金在正)부회장은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전국 1만7400여곳의 동네 병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병원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의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구 백운동 D병원은 최근 병원 내부는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란색으로, 건물 외관은 형형색색의 컬러디자인으로 바꾸고 야간 조명까지 설치했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S병원은 최근 간호사와 직원들을 한국산업연구소에 보내 인사법 등 친절교육을 시켰다.

첨단 의료장비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Y산부인과 김창규(金昌圭)원장은 “최근 3억여원을 들여 독일제 염색체분석기 등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공동원장제 등으로 전문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서울에서 각자 활동하던 안과 전문의 3명은 최근 공동출자 형식으로 강남구 논현동에 S안과를 개업, 각기 근시교정 백내장 등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고 있다.

병의원을 아예 쇼핑몰처럼 꾸미는 곳도 있다. 최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호텔에 문을 연 R클럽하우스에는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피부미용관리실 등이 들어있다. 분야별로 원장은 다르지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공동으로 환자대기실과 복도 등을 화랑처럼 꾸며놓은 것.

시민 이광훈씨(53·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동네 병원의 외적인 변화가 내실 있는 진료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부산〓조용휘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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