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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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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을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여긴 유교적 효사상이 반영된 때문이었다. 화가가 초상화를 그릴 때도 그 인물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그려야지 조금이라도 미화하거나 변형해 표현할 경우에는 제대로 된 것으로 보지 않았다.
피부과 전문의인 이성낙 아주대 의무부총장이 최근 이같은 조선시대 초상화의 극세필 묘사에 힘입어 조선시대 초상화속 인물들의 건강상태를 진단한 글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부총장은 2월27일까지 서울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인물로 보는 한국미술’에 출품된 작품 중 18세기에 활동한 오명항 송창명 서명응의 초상화를 예로 들었다.
이인좌의 난을 평정하는데 공을 세우고 우의정을 지낸 오명항의 얼굴에서는 천연두를 앓은 흔적이 보인다. 얼굴에 작고 둥근 흉터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부총장은 “아마도 오명항이 간암을 앓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피부색이 매우 검어 황달을 지나 흑달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사간 대사헌 등을 역임한 송창명의 얼굴에는 뺨부위가 탈색된 ‘백반증’이 엿보이고 병조판서를 역임한 서명응의 얼굴에는 얼굴 한쪽에 진한 반점이 생기는 ‘오타씨모반’ 증세가 나타나 있다고 진단한다.조선시대 초상화에는 ‘검버섯’이 많이 나타나 있는 것이 특색. 학창시절부터 미술품 감상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부총장은 “조선시대 화공의 사실적 기법으로 현대에도 작중인물의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게된 것은 피부과 전문의의 기쁨이자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