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선물변천사/"70년대는 설탕-흑백TV 최고선물"

  • 입력 2000년 1월 27일 22시 19분


“70년대 초반에는 자전거와 손수레로 배달을 했습니다. 당시 시골에는 마을을 통틀어 손수레가 한 대도 없는 곳이 많았는데 저희 백화점에는 손수레가 4대나 있어 자부심을 갖고 근무했지요.”

72년 입사후 물류팀에만 근무해온 신세계 송주권 부장(52)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선물 문화의 산 증인. 명절 때는 10일 정도 철야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다.

“70년대 초반 최고급 선물은 그래뉴설탕으로 상류층에서만 주고 받았지요. 다이알비누와 반달표 스타킹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송부장은 70년대 중반에야 자동차가 처음 배달 수단으로 등장했다고 회고했다. 미국 중고차인 삼륜 용달차로 상품을 실어나르기 시작했다는 것. 당시 가장 고급 선물은 라디오나 흑백TV. 흑백TV는 드라마 여로의 인기에 힘입어 선물로 인기를 누렸다고.

국산 트럭은 80년대 들어서야 등장했다. 백화점이 대중화되면서 본격적으로 택배 및 배달 서비스 개념이 도입됐고 갈비나 과일 선물세트가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명절에 배달되는 선물의 양으로 따지면 IMF는 98년 설에만 영향을 주었다고. 98년 추석부터 바로 회복되기 시작해 지난해 추석에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송부장은 “지난해 추석과 이번 설의 배달 전표를 보면 정계나 관계, 재계의 유명 인사 이름이 현저히 줄었다”고 소개했다. 청탁성 선물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

신세계는 올해 설에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7만건 정도를 배달할 예정. 배달인원은 총 3000명, 1500대의 트럭과 200여대의 택시,300여대의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동원된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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