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사관-조선성곽 한 울타리에…정동대사관 신축중 발견

  • 입력 2000년 1월 27일 19시 14분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 신축 예정 터(옛 배재고 자리)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성곽 유적이 보존되고 러시아 대사관도 예정대로 건립된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건물과 조선시대 성곽이 한 울타리 안에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27일 “성곽이 발견된 뒤 대사관 건물 공사 착공을 유보하고 성곽 유적을 복원해 대사관의 담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고증이 어려워 복원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곽이 대사관 부지의 끝자락에 있어 대사관을 신축하더라도 보존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여 최근 대사관 신축 공사 착공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대사관을 신축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다가 옛 배재고와 이화여고 터 경계 부근 땅속에서 발견된 길이 50m 가량의 이 성곽 유적은 서소문과 서대문을 잇는 성곽의 밑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곽을 그대로 보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그동안 유보됐던 러시아 대사관 신축공사도 곧 본격화한다. 이 대사관은 연면적 6000평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크렘린궁 형태의 모스크 양식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 부지는 97년 정부와 러시아가 체결한 대사관 부지 교환협정에 따라 토지 교환 형식으로 지난해 임대됐다. 정부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중심지인 투르제니코브가에 주러시아 대사관 터로 같은 크기의 토지를 제공받았다.

주한 러시아 외교공관은 제정러시아가 1884년 조-러 통상조약 체결 이후 현재의 정동 문화체육관 옆에 공사관을 설치했다가 1917년 철수한 뒤 83년만에 서울 도심에 들어서게 됐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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