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바꿔…결혼식도 확 바꿔"… 결혼풍속도 달라져

  • 입력 2000년 1월 23일 19시 12분


미국 뉴저지에 사는 이상수(28) 박주리씨(27)는 21일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가까운 친지들만 참석한 조졸한 결혼식이었다.

이씨의 아버지 이종범씨(58·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하객들이 퇴근 후 부담없이 찾아와 축하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일부러 평일 저녁으로 예식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IBM시스템서비스사업부에 근무하는 오종남씨(30)는 3월 24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항터미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친지들이 부담을 덜 느끼도록 저녁시간을 원했으나 예약이 이미 찼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 시간을 택했다는 설명.

며칠전부터 야외촬영하느라 법석을 떨고 주말 점심시간대에 시끌벅적하게 식을 올렸던 결혼풍속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 사진촬영은 스튜디오에서 ▼

“예전에는 대부분 롯데월드나 덕수궁에서 획일적으로 50컷 정도 찍어 앨범을 만들었죠. 요즘은 사진관 스튜디오에서 10컷 정도만 찍어요.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거죠.” (란사진실 송복현 강남지점장)

웨딩드레스 전문 디자이너 황재복씨도 “지난해 초만 해도 야외촬영하느라 날을 따로 잡아 신부들은 드레스와 화장을 위해 두 번 ‘지출’했으나 요즘은 점심때까지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오후 늦게 혹은 저녁에 결혼식을 올린다”며 젊은이들의 합리적 소비행동에 부모들이 동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결혼식은 평일저녁에 ▼

지난해 가을부터 특 1급 호텔에서 예식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평일저녁 결혼식이 더욱 늘고 있다.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연회예약부 이애리계장은 “점심때 쫓기듯 하는 것보다 오후 5시 이후 연회를 즐기면서 축하해 주는 분위기”라며 “하객도 정말 가까운 사람만 초대하고 축의금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못해 참석해 ‘눈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적은 인원이더라도 식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는 이가 대부분”이라고 신라호텔 연회예약부 안영석대리는 전했다.

▼ 주례는 젊어지고 ▼

“주례사도 짧아지고 주례를 보는 이의 나이도 낮아지고 있어요.”

아미가호텔 연회팀 최용기팀장의 말. 젊은이들이 평소에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례를 부탁하려 하기 때문.

세번의 주례를 선 한국여성의 전화연합 신혜수회장은 “부모세대는 아무래도 남의 눈과 체면을 따지지만 신랑신부의 의견이 점점 많이 반영되면서 결혼식도 보다 합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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