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뉴욕 메트로폴리탄 세기말 오페라공연 대미 장식

  • 입력 2000년 1월 5일 18시 32분


소프라노 조수미의 빛나는 목소리가 ‘지상 최고의 오페라 무대’로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세기말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과 밀레니엄 마지막 공연을 장식했다.

조수미는 지난해 12월 24일과 30일 이 극장에서 열린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에서 여자 주역인 ‘질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막 오페라 공연으로서는 20세기 대미를 장식한 무대.

조수미는 능란한 감정표현과 유연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객석을 압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리뷰 기사에서 “조수미는 10년전 질다역으로 메트로폴리탄에 데뷔할 때 이미 정교한 기량을 갖춘 소프라노였으나, 세월이 흐른 지금 예술적으로 훨씬 깊이를 갖게 되었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풍부한 음성의 색채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31일 메트의 스타급 가수들이 총출연한 ‘갈라 콘서트’에서도 조수미는 ‘이탈리아 거리의 노래’를 불러 갈채를 받았다.

이번 시즌 ‘리골레토’에는 특히 조수미 신영옥 등 한국 출신 프리마돈나가 출연한다. 4월 21일 폐막되는 ‘리골레토’ 공연 중 조수미는 초반 6회 공연을 맡고 신영옥은 바톤을 이어 후반 6회의 공연에 질다역으로 나선다. 신영옥 역시 97년 호평을 받은 이후 질다 역으로 뉴욕 팬들의 뇌리에 새겨져 있다.

이번 공연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데는 리골레토 역을 맡은 바리톤 파올로 가바넬리의 존재도 한몫을 했다. 가바넬리는 올해 메트로폴리탄 데뷔 10년째. 그동안 단역에 머무르다 이번에 처음으로 비중있는 역을 맡았다.

그에 대한 평은 크게 엇갈렸다. 관객은 대체로 “목소리가 작고 가볍다”며 가바넬리의 노래를 못마땅했지만 대부분의 평론가는 “그의 목소리는 초점이 잘 잡혀있으며, 호흡 조절에 능하고 절제된 감정표현에 능하다”며 호평했다.

한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밀레니엄 첫 작품은 1일 공연된 ‘위대한 개츠비’가 장식했다. 미국 작가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오페라화한 창작곡. 메트로폴리탄은 관례적으로 시즌 상반기에 창작곡을 하나씩 무대에 올리고 있다. 소프라노 돈 업쇼와 테너 제리 헤이들리가 주연을 맡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