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민족오페라 '서울대첩' 성공…"극진행 치밀하다"

  • 입력 1999년 11월 22일 19시 11분


20,21일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민족오페라 ‘이순신’은 창작오페라 대부분이 ‘하루살이 공연’으로 끝나는 한국 오페라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지속적인 작품수정과 보완이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교훈을 제시해 준 무대였다.

동아일보사와 충남 아산시가 공동주최한 ‘이순신’은 ‘위인전 오페라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음악계의 통념을 수정하는 계기도 마련해 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순회공연(충남 아산 공주, 경남 통영, 부산, 서울)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훨씬 치밀해진 극적 진행. 왜적 침략, 조정회의, 출정, 해전 등 여러 에피소드가 합리적으로 재배치돼 긴장을 서서히 높여나갔다.

빠른 무대전환은 더욱 극의 실감을 높여주었다. 암전을 단 한번으로 줄여 극의 흐름을 살렸고, 사건이 한편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배경과 조명을 전환시켜 시종 관객이 눈길을 떼지 못하도록 만든 것. 전투 장면의 연출도 긴박감을 높였다. 피아(彼我)의 군대가 좌우로 단순히 나뉘지 않고, 화면 전후좌우를 누비며 역동감있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보완할 점도 일부 눈에 띄었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라는 의미가 참전 병사의 입으로 발언되는 점은 적절하지 못하다. 합창의 앙상블은 지난해 공연보다 별로 나아진 게 없었다.

객석의 반응은 지난해보다 한층 뜨거웠다. 전반적으로 대중적 요소를 높인 데도 이유가 있다. ‘수출용’으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한산대첩 후의 풍물과 화관무는 해외에서 공연될 경우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 새로 삽입된 이순신 어머니의 아리아 ‘늙은 어미 걱정 말고’는 고유의 정서와 밀착된 리듬으로 긴장된 장면에 한결 풍요한 서정적 감각을 마련해 주었다.

지방 오페라단이 2년에 걸쳐 거두어낸 오페라 ‘이순신’의 예술적 성취는 IMF사태 이후 침체를 벗지 못하고 있는 중앙의 오페라 무대에도 큰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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