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해외동포학자 통일회의]주요 쟁점마다 큰 시각차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1시 08분


‘남북의 통일정책’을 주제로 한 이날 오전 토론에서 북한학자들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원동연(元東淵)북한사회정치학회부회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 6월 방미 전 미국언론과 가진 회견에서 “포용정책은 예전에 닉슨이 소련을 녹인 것과 같은 정책”이라고 말했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토론자인 박건영(朴健榮)카톨릭대교수가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이 도출되고 통일로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 답변을 자청했다.

그는 “남쪽에서 대북정책에 변화가 많다고 얘기하지만 우리가 믿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도 ‘공산주의자를 가마니로 몰아대면 더욱 뭉치고 딴딴해지기 때문에 포용정책을 해서 점차 개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태우(盧泰愚)집권자도 포용정책은 북을 양파껍질 벗기듯이 하나하나 벗기는 것이라고 얘기했다”면서 역대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측의 불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권만학(權萬學)경희대교수는 “‘햇볕’의 진정한 의미는 외투를 벗기려는 게 아니라 한반도의 차가운 냉전을 녹이는 것”이라며 “남한당국이 내세우는 냉전구조의 해체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그러자 북측 토론자인 최인득 북한김형직사범대학강좌장은 “햇볕이니 포용정책이니 승공통일론 등은 정권이 이용하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되받았다.

토론과정을 지켜 본 남측의 한 참석자는 “북한측이 우리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정부가 사용하는 ‘햇볕’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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