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이집트 사자의 서'

  • 입력 1999년 9월 14일 10시 48분


▼'이집트 사자의 서' 서규석 편저/384쪽 14,000원▼

이집트 문명은 사자(死者)의 문명이며 그 역사는 사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고대 이집트는 독특하고 방대하며 매력적인 죽음 의식과 내세관을 지니고 있다.

오시리스의 부활을 기원하는 이시스는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키며, 이집트인들이 행한 부정고백(否定告白)은 모세의 십계명만큼이나 선구적이고 감동적이다. 생명을 상징하는 '앙크(Ankh)'도 그리스도교에 유입되어 십자가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수난과 영생과 부활의 드라마가 기원전 2000년에 이미 이집트에서 완성되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본류에는 이집트 나일강의 젖줄이 흐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집트인들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꽃피운 거대한 문명의 정신적 모태가 되었던 '사자의 서'는 왕조가 성립되기 이전, 문자가 발명되지 않은 구전(口傳)의 시기부터, 알렉산더 대제에 의해 이집트왕국이 멸망한 후 성립된 프톨레미 시대까지 약 3천년에 걸쳐 기록되었다.

이 책은 이집트학의 여명을 알릴 대영박물관의 실장 윌리스 벗지, 독일학자 렙시우스, 그리고 최근에 포크너가 편찬한 것을 기초로 필자가 재구성한 것으로, '사자의 서'를 중심으로 한 이집트의 신화와 죽음의식을 집대성하고 있다.

국내에 최초로 그 온전한 모습이 소개되는 이 희귀한 문헌을 통해 삶과 죽음의 신비 한복판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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