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해치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審問(심문)과 訊問(신문)에 대한 독자의 문의가 있었다. 審(살필 심), 訊(물을 신)인데 審問은 법원에서 판사가 서면이나 구술의 방식으로 당사자에게 진술토록 하는 것을 말하며 訊問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국회 청문회석상에서 의원들이 묻는 것은 후자에 속한다 할 것이다.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監獄(감옥)의 獄자가 두 마리의 개(, 犬. 즉 原告와 被告)와 말(言)의 결합으로 두 사람이 잘못을 변호하기 위해 개처럼 어르렁거리며 싸운다는 뜻이라고 했다(7월28일자 ‘脫獄’참고).

이와 비슷한 것에 辯(변)자도 있다. 두 개의 辛(신)자 사이에 言이 있는 모습으로 辛은 본디 죄수를 問招(문초)했던 고문도구의 모습에서 유래한 글자다. 그래서 ‘죄수’ ‘노예’의 뜻이었는데 고문이 워낙 고통스러웠으므로 후에는 ‘맵다’ ‘혹독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辛辣, 辛苦, 辛酸). 그러니까 辯은 두 죄수가 말로 자신의 潔白(결백)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처럼 혐의를 否認(부인)하고 潔白만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번 잠시 이야기한 舜(순)임금 때의 법무장관 皐陶(고요)의 경우를 보자.

舜임금이 聖君(성군)으로 칭송받는 데에는 능력이 出衆(출중)했던 점도 있었지만 皐陶같은 名判官(명판관)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해치라고 하는 외뿔 달린 푸른색의 神羊(신양)을 기르고 있었는데 본능적으로 是非(시비)를 가리는 능력이 있었다. 잘못이 있는 자만을 골라 뿔로 들이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皐陶는 訟事(송사)만 있으면 당사자를 불러 세운 다음 ?를 시켜 나쁜 사람을 가려내도록 했다. 이렇게 하니 아무도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다.

현재의 法(법)자는 본디 자가 덧붙여진 복잡한 모양의 한자가 줄여진 것이다. 곧 잘못을 분명히 가리되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惡을 제거한다(去)’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번 국회 청문회석상에 해치가 있었다면 단연 청문회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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