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不謀其政(불모기정)

  • 입력 1999년 8월 18일 10시 26분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다.

우리 속담에 ‘종 두면 말 두고 싶고, 말 두면 牽馬(견마) 잡히고 싶다’는 말이 있다.

1억원을 번 사람은 10억원을, 10억원을 번 사람은 100억원을 벌고 싶어한다.

부자가 바늘만한 積善(적선)에도 인색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일단 움켜쥐고 나면 도무지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은 자연의 攝理(섭리)다.

그래서 현명한 정치인은 자리에 오르는 순간 물러날 이후를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일신의 명예를 위해, 또 국가와 나라를 위해 재직 기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엉뚱한 것을 생각한다면 문제다.

무엇이 그리 달콤하고, 무엇이 그리 켕기는 것이 많기에 그토록 자리에 연연하는가. 물러나 歸去來辭(귀거래사)를 읊을 자신이 없는 사람은 아예 자리에 오르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고 부득이 물러나게 되면 그 자리를 잊지 못해 갖은 추태를 다 부린다.

孔子(공자)는 이런 사람을 일깨우고 있다.

‘不在其位(부재기위)면 不謀其政이라.’ 즉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말라는 것이다. 論語(논어)에 보인다.

이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의 직책이 아닌 일은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가 局長(국장)이면 局長의 직분에 충실할 일이지 타부처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하나는 일단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아예 遠隔操縱(원격조종)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작금 우리의 정치현실을 보면 ‘不在其位라도 可謀其政(가모기정·여전히 정치에 간섭함)’인 것 같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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