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덩치 키우기」붐…의약분업 앞두고 가속

  • 입력 1999년 7월 12일 18시 35분


의약분업시대를 앞두고 대형약국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골목약국은 퇴조하는 약국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사거리에는 최근 6개월사이 대형약국 4곳이 새로 생겼다. 이 일대에는 기존의 2곳을 합쳐서 반경 100m안에 6곳의 대형약국이 영업을 하고 있다. 4월말에 문을 연 B약국은 100평 면적에 1500여종이상의 약을 비치하고 있어 서울시내 중심가의 대형약국을 능가하는 규모.

강남구 약사회에 따르면 6월현재 관내 전체 358곳의 약국중 40평이상의 대형약국은 18곳으로 이중 10곳 이상이 최근 1년사이 문을 열었다. 서초구 역시 지난해까지 3곳이던 대형약국이 올해 8곳으로 늘어났다.

서울지역 약국은 92년 7354곳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6125곳으로 급락했지만 대형약국만은 예외.

약사들은 임대료 인하에다 올 2월1일부터 약값자유화 조치에 따라 대형약국의 ‘싸게 많이 파는’ 전략이 위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약사들은 이를 위해 기존 소형약국의 규모를 확대하는가 하면 여러명의 약사들이 공동투자 형식으로 약국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최근 개국한 강남 G약국은 강북 주택가에서 10평규모의 골목약국을 운영하던 아내와 제약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힘을 모아 강남으로 진출하면서 규모를 4배나 확대했다.

대형약국의 등장은 골목약국의 퇴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만 40여곳의 소형약국이 문을 닫았다. 올해 들어 8곳의 대형약국이 새로 들어선 노원구에서도 25곳의 소형약국들이 폐업신고를 했다.

대한약사회의 신현창(申鉉昌)사무총장은 “의약분업이 시행될 경우 병원의 처방조제를 위해 현재 평균 400여종인 약국보유 약종류를 최소 1000여종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약사중심의 약국구조를 고객위주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약국의 대형화는 필연적”이라고 전망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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